이창용 총재 오늘부터 4년 임기 시작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공식 임명돼 앞으로 4년간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한은을 이끈다. 총재 후보자 지명 당시부터 최근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박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이 총재가 공식 취임하게 되면 금융통화위원회는 긴축적인 통화정책방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공식 임명돼 앞으로 4년간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한은을 이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21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이날 오후 3시 국회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사용한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1층 컨벤션홀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 실무경험와 다양한 국제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새 통화당국 사령탑 앞에 놓인 현안은 결코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 5개월 연속 3%를 넘어서다 지난달 4%대로 올라섰다. 소비자물가가 4%대 기록을 깬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한은 역시 물가 오름세는 상당 기간 지속돼 당분간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연간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인 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오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고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상승과 관련해 상승국면이 1~2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며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금리로 시그널(신호)를 미리 주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물가안정책이 인기가 없더라도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는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1년 사이 134조원이나 불어난 가계빚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2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계부채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언제든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이 총재는 향후 금융안정과 성장의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줄이기 위해 매파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도 관련돼 있어 한은의 금리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증가세가 일부 둔화했지만 그 수준이 높아 금융안정은 물론 성장에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금리 시그널 등을 통해 증가세를 계속 완화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금리 상승 영향으로 취약차주 등의 부실 위험이 현재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도 관련돼 있어 금리로 시그널을 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은의 금리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구조·재정·취약계층 문제 등을 고려해 종합적 솔루션(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1960년생인 이 총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친 경제·금융 전문가로 후보 지명 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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