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카드 발급과 법제화 마련을 소홀히 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신용카드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자카드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등이 점자로 표기된 카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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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2017년부터 시행된 점자법에서는 ‘공공기관 등은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경우 일반 활자 문서를 동일한 내용의 점자 문서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신용카드 등 금융생활에서의 점자 표기 내용은 담고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금융편의는 계속해서 외면받고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계 카드사 중 전 상품에 대해 점자카드를 발급하는 곳은 KB국민카드뿐이다. 다른 카드사들의 경우 점자카드로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 종류가 제한적이다.
우리카드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점자카드로는 ‘카드의정석 POINT(신용·체크), ’카드의정석 DISCOUNT’, ‘카드의정석 SHOPPING’, ‘카드의정석 WOWRI’, ‘ONLY 나만의 카드’, ‘All For Me’가 있다.
롯데카드는 ‘ALL MY POINT’, ‘ALL MY DC’, ‘롯데포인트 플러스 카드’(신용·체크), 신한카드는 ‘Deep Dream(신용·체크)’, ‘Hi-Point(신용·체크)’, 하나카드는 ‘1Q 데일리’, ‘1Q 데일리플러스’, ‘그린(BC)카드’ 등에 대해 점자카드로 발급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카드 4’, ‘삼성체크카드 & CASHBACK’, 현대카드는 ‘현대카드X Edition2’, ‘현대카드ZERO Edition2(할인형)로 각각 2종에 그쳤다.
2017년 9월 금융위원회는 시각장애인의 금융생활 보호를 위해 카드사에 점자카드 발급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전업 카드사 중 단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카드사들이 일부 상품에 대해서만 점자카드를 발급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의 선택권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점자카드의 규격 및 재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카드사에서 임의로 제작하면서 그나마 발급되고 있는 점자카드의 카드번호 등도 시각장애인이 인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카드사에서 발급하는 점자카드는 올바른 점자표기를 하지 않고 임의로 제작돼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데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지갑에 카드를 순서대로 꽂아놓은 후 이를 통해 카드를 구별한다.
또 시각장애인이 점자카드가 아닌 일반카드를 사용해 카드번호 등 정보를 알아야 하는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 개인정보보호에도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카드사들은 수요가 적고 일반카드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점자카드 발급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어떤 카드 상품에 대해 점자카드로 발급해 달라고 하면 그 카드에 맞는 점자틀에 찍어서 만들어내야 하는데 모든 상품에 대해 점자카드 발급이 가능하려면 모든 상품마다 그에 맞는 점자틀이 하나씩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후에 관리도 해야 하고 점자를 아는 직원도 있어야 하는 등 인원도 더 필요하다”며 “모든 카드에 대해 점자카드를 발급하도록 법제화된다면 그에 따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수익성이나 대중성 등을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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