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 임나일본부설 등 고대사 왜곡까지…한·미·일 긴장고조

   
▲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1945년 6월, 도쿄의 황궁이 폭격을 당했다. 일본의 수도 도쿄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도시들도 거의 다 깨진 기와 더미로 뒤덮였다. 시민 반란이 일어날 기미마저 보였고, 일본 지도부는 연합군의 승리보다 오히려 공산주의 혁명이 일본 자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본은 곧바로 항복하지 않는다. 일단 스탈린과 교섭을 벌여 소련이 평화를 중개해줄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하지만 소련은 관심이 없었고, 그해 7월 포츠담회의에서 트루먼, 처칠, 장제스가 서명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포츠담 선언’이 나온다.

연합국은 일본에 대해 자유로운 정부 수립을 약속했지만 당시 일본 내 분위기는 포츠담 선언을 따르면 군부 최고 통수권자들에 의해 ‘변절자’로 몰릴 상황이었다. 포츠담 선언을 무시한 일본은 마지막 결전을 준비했다.

8월6일 미국은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히로시마 폭격 3일 후 나가사키도 초토화됐다. 8월15일 수백만 일본인들은 라디오를 통해 천황을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다. 바로 항복 연설이었다. 하지만 일본 천황은 항복의 이유로 “다가올 모든 세대들에게 위대한 평화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라고 말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았다. 그리고 70년이 흐른 2015년 봄, 일본은 일제강점기 시절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본 중학교 검정교과서와 외교청서에는 보다 강화된 독도 영유권 주장이 기술됐다. 최근 일본은 중학교 교과서에 ‘일본이 4세기부터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학계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임나일본부설’을 게재하고 고대사 왜곡까지 시도하고 나섰다.

   
▲ 아베 정권이 과거사 왜곡을 넘어 '임나일본부설을'을 주장하는 등 우경화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TV
일본의 과거사 왜곡 시도는 교과서 검정 때나 외교청서 방위백서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면서 ‘빌트인(built-in) 도발’ ‘캘린더 도발’로 불린다. 하지만 지금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 2차 대전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내 중학교 교과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유튜브에서 UCC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지금 미국과 일본은 ‘북핵 문제’와 ‘중국 견제’라는 공통 이익을 목표로 입을 맞추고 있다. 한반도에 사드(Thaad) 배치 문제가 민감한 시기에 “북한 핵 탄두화 가능성”을 나란히 제기하는가 하면, 일본 잠수함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 국가’를 꿈꾸며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아베 정권을 묵인하는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 침략역사를 정당화시키는 것으로 대표되는 일본 우경화 현상은 경제침체와 맥을 같이 한다. 일본 내 갈등 요인을 외부에서 찾는 독특하고도 잘못된 사고방식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일본 내 우익 세력이 판을 칠 때마다 ‘독도 도발’은 강력해지고 과거사 왜곡 시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는 앞서 서술한 일본 천황의 항복 선언 이후 일본 국내 상황에 대한 기록서에서도 알 수 있다. 항복 선언을 한 일본 천황은 “평화의 길”이란 미묘하면서도 다소 현혹적인 말을 남겼고, 천황을 신격화해온 일본인들은 이 모든 것을 신의 섭리로 이해했다. 당시 최고전시지도자위원회 위원이던 해군 대장 요나이 미쓰마사는 이런 말도 남겼다. “아마도 원자폭탄과 소련의 전쟁 참전은 어찌 보면 신이 주신 선물이다. 그리하여 일본 국내 상황 때문에 일본이 전쟁을 그만 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라고.

과거 일본이 벌인 전쟁은 자국민 수백만이 참사당하는 처참한 그것이었다. 게다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인간을 강에 내던지고, 불태워 죽이거나 여자들을 윤간하고 불구로 만드는 최악의 잔악 행위였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이 겪은 최악의 상황도 신의 선물로 합리화시키더니 최근에는 “아시아 국가들이 전후 보상으로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뻔뻔스러운 주장마저 일삼고 있다.

자신들이 과거 1933년 국제연맹을 탈퇴하고 세계가 히틀러와 무솔리니에 의해 나뉘기를 바라면서 1940년 주축국에 가담해 전쟁을 벌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 잊어버린 게 아니라 간절하게 잊고 싶은 상황에서 오바마 미국 정부와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겠다.

지금 미국은 한반도 통일 문제보다 대중 견제용으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위한 한일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기 문제는 이제 대중 전략을 위한 활용 수단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시진핑 중국 주석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을 외면할 빌미를 서둘러 취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복잡한 미국, 중국, 일본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차치하고라도 우선 한일관계를 풀 해법은 있을까. 주목할 점은 아베 정권이 과거사 왜곡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치와 역사에 무관심한 자국민에 대한 홍보부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9월11일 일본 정부는 산케이신문 등 중앙지와 지방지 약 70여개에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광고를 실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일본 내 양심 세력에 자성을 촉구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홍보를 후순위로 미루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