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얼마 안 가니, 구석기유적이 보인다. 차량은 출입금지다.
유적지 안에는 원시인(原始人)을 표현한, 앙증맞은 조형물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꽤 많다. 전곡리유적 구석기 바비큐 체험장 앞, 구석기인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나무열매를 채집(採集)하는 여인들, 구석기 발굴 체험장도 있다.
‘선사인의 집짓기’ 체험장에는 원뿔형 움집의 틀만 몇 개 설치됐다. 원형의 체험장 건물 벽에는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 복원도가 보인다.
전곡리 토층전시관(土層展示館) 입구, 지붕 위에는 이 곳에서 발견된 주먹도끼 모형이 세워져있다. 전시관 내부엔 유적에 대한 설명, 주먹도끼를 만드는 방법 그림, 실제 발굴된 유적 토층 등이 전시돼 있다.
그 반대쪽에는 구석기인들의 움집을 재현해 놓았다. 내부는 텅 비어있다.
아래쪽 넓은 공터에는 거대한 맘모스 모형, 야생(野生) 동물들, 짐승을 사냥하고 잡은 것을 운반하는 구석기인들, 이런저런 작업을 하는 모습 등, 볼거리들이 제법 많다. 특히 맘모스 상아와 뼈 등으로 만든 동굴집이 이색적이다.
잡은 짐승 한쪽 다리를 드는 모형 옆, 아이들이 구석기인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구릉 위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전곡선사박물관과 ‘구석기 체험 숲’이, 오른쪽엔 선사체험(先史體驗) 마을과 음식 체험장, 왼쪽에는 유적지 입구가 나온다.
선사박물관은 이 유적지의 하일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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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와 선사박물관/사진=미디어펜 |
이제 입구로 향한다.
여기도 구석기인들의 생활, 맘모스 사냥모습 등을 재현한 조형물들이 즐비하다. 입구 근처 ‘생각쉼터’엔, 그 이후 문명시대(文明時代) 유물들이 전시돼 있고, 유적 안내도도 보인다. ‘유적 방문자센터’ 앞에는 큰 나무 형상의 조형물 아래, 남녀 구석기 아이들이 인사를 건넨다.
대형 유적지 안내도 앞으로 지나, 유적을 완전히 벗어났다. 강변을 따라 북동쪽으로 걷는다.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 반대쪽으로 700여 미터 가면, 오른쪽 위 언덕이 국사봉(國思峰)이다.
국사봉은 고려 말의 충신 김양남(金楊南)에서 유래했다. 그는 우왕 때 문과에 급제했고, 과거 동기였던 태종 이방원과 우정이 두터웠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자, 전곡읍 은대3리에서 숨어 지내며, 매일 이 봉우리에 올라 개성을 향해 통곡하며 재배를 했다. 그래서 국사봉이라고...
그는 집 근처에 학소정(鶴巢亭)을 짓고, 평생을 ‘고려의 신하’로 절의를 지키며 생을 마쳤다. 태종이 그 인품에 감동해 여러 번 벼슬을 내리며 불렀으나, 모두 응하지 않았다.
현재 고려 말의 다섯 충신을 모시는, 의정부 소재 송산사(悚山祠)에 배향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은대리성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 길을 따라가다가, 선사유적지 삼거리에서 왼쪽의 ‘은대성로’를 택했다.
길 왼쪽 절벽 아래, 한탄강이 유유히 흐른다. 강 한쪽은 수직 낭떠러지고, 다른 한쪽은 백사장이다. 국궁(國弓) 활터도 내려다보인다. 궁사들이 화살을 줍고자 가고 있다. ‘쌍용아파트’ 앞과 삼거리를 지나면, ‘연천군 보건의료원(保健醫療院)’이 있다.
그 앞을 지나면, 오른쪽 언덕 위가 은대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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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적으로 지정된 고구려 은대리성/사진=미디어펜 |
한탄강과 차탄천의 합류지점에 형성된 여울은 수심이 낮아, 강을 쉽게 건널 수 있다. 은대리성은 이 군사적 요충지를 통제하는 고구려성이다.
북벽과 남벽은 자연절벽을 그대로 활용했고, 동벽은 동쪽의 개활지를 가로질러 축조했다. 삼각형의 대지 위에 조성된 성으로, 고구려의 남진정책(南進政策)과 관련된 중요한 요새다. 동벽에 2개의 성문터가 있는데, 문과 성벽은 많이 허물어졌지만 원형은 뚜렷이 남아 있다.
성안으로 들어가면, 한탄강의 주변 지형이 잘 굽어보인다.
전망대 밑 절벽 아래, 한탄강과 차탄천이 만나는 여울에는 ‘삼형제바위’가 있다.
옛날 한 과부가 아들 삼형제를 길렀는데, 여름에 더워 강에서 목욕을 했다. 그런데 아들 셋 모두 한꺼번에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과부가 울부짖으면서 강가를 헤맨 지 3달 만에 삼형제가 나타나,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있다.
차탄천은 한탄강과 달리 제법 넓은 하상평지(河床平地)가 있지만,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비슷한 모습이다. 작은 다리가 초라하다. 전망대 아래 급경사 계단이 있는데, 서벽 이 성문터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성을 반대쪽으로 돌아간다. 군데군데, 한탄강의 상징인 현무암 곰보돌들이 모여 있다. 한쪽에는 육각형 정자도 있다. 이 성 내에는 고인돌도 2기 있다. 은대리 고인돌(隱垈里支石墓)다.
서문 터 계단을 내려와, 차탄천변 제방 길에 섰다. 이 길은 ‘차탄천 에움길’이다.
‘지오 트레일’ 차탄천은 서울과 원산 사이, 좁고 긴 골짜기인 추가령지구대(楸哥嶺地溝帶)를 따라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주민들의 ‘젖줄’이다. 그 차탄천을 따라가는 약 9.9,km의 길이 에움길이며, 주상절리 등 다양한 암석과 지질을 만날 수 있는 암석박물관(巖石博物館)이다.
돌아보니, 한탄강과의 합류지점에 삼형제바위가 보인다.
에움길을 따라간다. 곧 하천 건너편에 우뚝 솟은, 검은 주상절리가 이리오라 손짓한다.
차도를 만나, 오른쪽 도로를 따라간다. 길옆에도 하천변이 아닌 육지임에도, 주상절리 절벽이 솟아있고, 그 위에 아파트가 서 있다. 저 위는 평지(平地)라는 얘기다.
길을 따라 전곡읍내 쪽으로 걷다보면, 오른쪽 위로 조금 높은 언덕이 있다. 주민들의 쉼터인 은대공원(隱垈公園)이다. 공원 오른쪽은 ‘전곡읍 행정복지센터’다. 야외공연장 같은 곳도 있다.
공원입구 우측 언덕은 ‘유아 숲 체험관’이다.
공원을 나와 대로 밑을 통과하는 터널 속에는, 연천을 상징하는 구석기인들 벽화가 그려져 있다. 호로고루성 등, 다른 유적지 사진도 전시해놓았다. 터널을 지나니, 길 옆 축대(築臺)가 대형 현무암 바위들로 쌓은 것이다. 연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읍내로 나와, 부대찌개로 배를 채우고,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마침 3300번 버스시간이 멀지 않다. 잠실까지 쉽고 편하게 돌아왔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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