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 팜유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팜유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혀 관련 업계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수 조치가 해제돼도 물량 확보 차원에서 단기간 추가로 거래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전세계 ESG 경영의 영향으로 바이오 연료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팜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내 무역·상사들은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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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팜 농장 전경./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
25일 무역·상사업계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는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 물질 수출을 당분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국제 팜유 가격은 지난 22일 톤당 6355링깃(한화 약 182만8776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 4857링깃에 비하면 30% 가량 비싸진 셈이다.
국내 식품업계는 팜유 가격 인상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원료값이 올라 식료품 가격을 올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지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중인 상사업계는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을 기대해서다.
LX인터내셔널은 2012년 10월 인도네시아 현지에 팜유 가공 공장을 준공했고, 2018년에는 팜농장 2개소를 인수해 현재 4만5000헥타르 규모의 사업장을 갖추고 있다.
팜농장 3만5000헥타르를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관련 사업 확대 차원에서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유한회사 아그파(AGPA)'를 신설했다. 3개사 중 가장 먼저 팜 사업에 진출한 삼성물산은 수마트라 섬에 2만4000헥타르의 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LX인터내셔널은 15만톤, 포스코인터내셔널 16만톤, 삼성물산 10만톤 등 3개사는 총합 41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팜유로 얻는 수익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18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팜 사업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은 700만달러였고, 2020년 1500만달러, 2021년에는 6600만달러로 집계됐다. 3년 새 9배 넘는 고속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상사 3사가 현지에서 생산한 팜유 상당분은 현지에서 소화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식용 팜유 수출분에 대해서만 규제를 가하는 만큼 이번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당사는 현지 팜유 사업을인도네시아 내수용 중심으로 한다"면서도 "현지 당국 조치와 시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사태와 관련이 깊다. 전쟁이 발발하자 해바라기씨유나 대두유 가격이 급격히 오름에 따라 팜유 가격도 덩달아 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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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380 여객기가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로 이륙하는데에 성공했다./사진=에어버스 제공 |
한편 상사업계의 팜유 사업 수익성은 업종을 불문하고 대세로 자리 잡은 ESG 덕에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SG는 전세계 기업 경영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고, 탄소 중립 내지는 탄소 저감에 대한 관심 역시 고조되고 있어서다.
항공업계와 정유업계 등 중후장대 산업군에서는 바이오 디젤 원료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자사 최대 제트 여객기 A380에 식용유를 주입해 지난달 28일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파리에서 인천으로 다니는 편도 노선에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진 항공유(SAF)를 활용하기로 했고, 현대오일뱅크와는 바이오 항공유 사용 기반 구축 사업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SAF는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물성·식물성 기름과 해조류·도시 폐기물 가스 등으로 만들어진 항공유로, 화석 자원 기반 기존 항공유 대비 2~5배가량 비싸다. 팜유 역시 SAF에 포함된다.
실례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팜유를 활용해 수도 자카르타에서 반둥까지 100km 이상 비행 실증을 마쳤다. 전세계 팜유 시장 43.6%를 점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팜유 함량이 30%인 의무적인 바이오 디젤 프로그램을 시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상사들이 현지 당국의 금수 조치 해제 이후 팜유 사업 대상을 연료 소비량이 많은 항공업계로 더욱 확대할 경우 본격 국제선 재개에 따른 수익성 확대도 예상해볼 수 있게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업계가 소비하는 항공유는 연간 약 2000억리터에 달하지만 SAF의 비중은 0.05%에 지나지 않는다.
네덜란드 플래그십 캐리어 KLM은 2011년 세계 최초로 상용기에 SAF를 사용한 바 있다. 2019년 5월에는 SAF 전문 기업 SkyNRG와는 올해까지 흐로닝언주에 공장을 세워 향후 10년 간 지속 가능한 연료를 연간 7만5000톤씩 구매하기로 했다. 아울러 KLM은 이 공장을 통해 현재 전세계 SAF 생산량의 10배인 0.5%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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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 조업 요원이 하이드런트 펌프 트럭과 지하 배관과 연결된 지상 급유전을 통해 항공기 급유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제공 |
유럽 연합(EU)은 기존 항공유와의 SAF 의무 혼합 비중을 2025년까지 2%, 2040년 32%, 2052년 63% 등 점진적으로 늘려간다. 미국 정부는 SAF 100%를 통해 항공업계 탄소 중립을 이룩할 방침이다. 하지만 가격대가 높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트 엔진기에 활용되는 SAF에 대한 세금 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자료를 통해 2025년 EU 역내 출발 항공편에 SAF 의무 비중이 2%로 설정될 경우 연간 338만7152달러(약 42억3300만원)가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2020년 기준 SAF가 일반 연료 대비 3배 가량 고가이고, EU 지역 연소량이 전체의 8%라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이다.
상사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항공사들에 팜유를 판매할 계획이 아직은 없다"면서도 "산업 전반적으로 수요가 늘면 팜유 사업부 실적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ESG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까지는 업계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겠지만 EU를 위시한 각국 정책 방향성은 확고하다"며 "친환경 연료 사업에 국내 상사업계도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어 실적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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