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 남기려는 시도보다 '비정상→정상' 돌려놓기가 최우선
   
▲ 이원우 경제부 차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메타버스, 비트코인, 블록체인, 가상자산, 대체불가토큰(NFT), 핀테크…. 이 단어들은 불과 10년 전에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낯설거나 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말들이었다. 그러나 2022년 현시점 경제뉴스를 읽으면서 위 단어들을 피해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현란한 말들을 한 줄로 관통하는 코드는 ‘돈’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뇌까렸을 “20XX년에 비트코인을 알았더라면…”이라는 회한의 문장이 야기한 반대급부가 바로 오늘날의 신조어 천국인 것이다.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NFT가, 가상자산이 제2, 제3의 비트코인이 되어 지리멸렬한 인생을 바꿔주길 기대한다.

돈의 함정은 그것을 열심히 좇을수록 때때로 마음이 빈곤해진다는 데에 있다. “탐욕은 가난과 부유함 사이의 차이를 과대평가하도록 만든다”고 말한 것은 애덤 스미스였다. 우리는 모두 우리보다 돈 많은 누군가에 비해서는 가난하고 운이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패자(敗者)의 포지션에 올려놓는, 이것이 바로 탐욕의 그늘이다.

모두가 탐욕이라는 번뇌에 크고 작게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말로는 공정을 얘기한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실로 지금의 한국 사회는 탐욕과 공정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굴러가는 2차함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학에서 2차방정식은 근의 공식으로 쉽게 풀 수 있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그가 정의의 보검을 휘둘러 흐트러진 공정과 ‘내로남불’의 퍼즐을 올바르게 돌려놓기를 기대한다. /사진=인수위 제공


13일 뒤에 취임할 윤석열 대통령이 다름 아닌 검찰 출신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검찰이야말로 탐욕과 공정이라는 두 가치가 미묘하게 뒤섞인 집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정수사의 아이콘이길 요구받지만, 미디어와 대중예술은 때때로 검찰을 탐욕의 집단으로 묘사한다. 이제는 ‘검수완박’이라는 정체불명의 신조어까지 그들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바로 이 검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때로는 유능한 보스였고, 어떤 때는 좌천된 충신이었으며, 지금은 역전의 용사가 되어 권력의 정점에 등극했다.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이제 그가 정의의 보검을 휘둘러 흐트러진 공정과 ‘내로남불’의 퍼즐을 올바르게 돌려놓기를 기대한다.

새 정부는 잘 해낼 수 있을까? 긍정과 부정의 복선들은 혼탁하게 뒤섞여 있다. 어떤 예측도 지금은 성급해 보인다. 분명한 건 5년 뒤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진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윤 당선인이 무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탐욕과 공정을 아우르는 우리 사회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허은아 수석대변인(사진)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서울 국회 본회의장 계단에서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된 사례도 보았고, 박근혜 대통령처럼 박빙의 승부 끝에 당선된 사람도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임기 내내 인기가 없었던 경우도 목도했고, 불가사의한 지지율을 끝까지 유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도 겪고 있다. 

여러 사례들이 축적됐지만 공통의 귀결은 ‘유토피아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대통령도 집권 초기에 선언했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만큼은 다를 거라고 기대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지금은 축제의 불꽃을 잠시 유예하고 기대치를 수정해야 할 시간인지 모른다. 새 정부에게 있어 업적을 남기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는 지난 시간 수없이 노정된 비정상의 흔적들을 정상의 궤도로 돌려놓는 것이다. 간밤의 검수완박법 법사위 통과는 윤석열 정부의 앞날이 얼마나 험난할지, 하나하나 바로잡아야 할 비정상이 얼마나 많을지를 예고하는 작은 귓속말일 뿐이다.

로맹 롤랑은 평화를 일컬어 “영혼의 치열한 전쟁”이라 말했다. 부디 윤석열 정부의 5년이 ‘치열한 평화’의 시작점이 되길 바라보는, 새 정부 출범 13일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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