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비율 하락·IFRS17 도입으로 자본확충 시급
"부채 듀레이션 긴 생보사, 손보사와 비교 무리"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에서 생명보험업계에 보험료 산정체계를 점검하라고 요구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사진=각사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손해보험사들은 예정이율을 인상한 반면 생보사들은 예정이율을 동결하면서 당국이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은 주로 장기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만기가 짧은 상품과 차이가 있는데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역(RBC)비율도 떨어진 상황으로 예정이율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명보험협회 등을 통해 각 생명보험사에 보험료 산출체계의 합리적인지를 자체적으로 점검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한화·교보 등 주요 생보사들은 종신보험 등 보장성상품의 예정이율을 상향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거둔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뜻한다.

보험료 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에 따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예정이율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싸지고 낮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내리면 보험료는 5~10% 가량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여간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저금리를 이유로 예정이율을 1~2차례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시장금리 상승세가 본격화됐음에도 생보사들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 암보험, 치아보험 등 보장성보험 상품 예정이율을 올리면서 비교가 됐다. 최근 대형 손보사들은 예정이율을 기존보다 2.25%에서 0.25%포인트 올려 2.5%로 조정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예정이율을 올리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지난해 말 보험사의 RBC 비율은 전분기 말보다 8.3%포인트 낮아진246.2%를 기록했다.

여기에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까지 앞두고 있어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IFRS17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이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또 생보사들은 과거 고금리 저축성상품을 많이 판매해왔는데 이후 금리 하락으로 역마진이 발생하게 됐다. 납입금액이 큰 저축성보험은 보험사 수입보험료를 불리는데 유리했으나 현재는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이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온 상태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됐을 때도 예정이율을 바로 내리지는 않았다. 생보사는 장기상품이 많다보니 시장금리가 올라도 이를 바로 반영하기는 어렵다”면서 “또 생보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길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손보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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