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달러 삼박자'...연준 긴축, 미 경기 강화, 경쟁 통화 위상 약화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번에는 원화 만이 아니라 유로화, 일본 엔화 등 대부분의 다른 통화들도 맥을 못 추고, 오직 미국 달러화만 독주천하(獨走天下)하는 모습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4.4원 급등, 달러 당 126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던 지난 2020년 3월 23일 1266.5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지난 22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며, 급등세를 이어갔다.

   
▲ 미국 달러화/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 전망,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확대,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25일 외환당국 관계자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구두 개입'을 시도했지만, 시장은 아랑곳 없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긴축 강화, 미국 경기 호조에다 경쟁 통화의 위상 약화라는 '강 달러 삼박자'가 갖춰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긴축 구도는 미국 대 비(非) 미국으로 볼 수 있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지역)의 경우 우크라 전쟁의 타격이 더 큰 탓에 긴축 속도조절이 불가피하고, 일본은 긴축이 요원하며, 중국은 코로나19 봉쇄로 '거꾸로' 통화완화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수입 증가율이 한국 포함, 아시아 신흥국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 호조가 과거와 달리 신흥국 수출에 주는 '낙수효과'가 희석되고 있다. 이런 시기 달러 가치는 상승하곤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과거와 달리 '리스크-오프' 시 안전자산 선호의 수혜를 누리던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일본과 스위스 모두 올해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돼, 미국과의 통화정책 차이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안전자산 선호의 수혜가 달러화에 집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7일 유로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1.0588 달러로 마감, 2017년 4월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로 털썩 주저앉았다.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선언, 시장 불안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 엔화 가치도 2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중국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러시아의 일부 유럽 국가 가스 공급 중단 발표로, 시장에서 위험 회피 경향이 더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외환시장 상황에 대해 "급격한 시장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며,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최근 외환시장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금주 들어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빠른 상황"이라며 "이는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 강화 가능성, 중국 봉쇄 조치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달러를 제외한 여타 주요 통화들도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중 환율은 일단 '숨 고르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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