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주 후면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한덕수-추경호-이창용 라인을 축으로, 경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내·외적 여건이 결코 만만치 않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급등하는 물가가 서민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 재봉쇄로, 글로벌 공급 차질이 악화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도 나온다. 이런 난국에서 새 정부 경제팀이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어딜 가나 요즘엔 환율 얘기다. 지난 3월 중순 1달러가 1240원선까지 오르며, 긴장감이 조성된 것부터가 ‘복선’이었다. 4월 들어 잠시 안정되는가 싶던 달러 환율은 하순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결국 1270원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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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270원선을 돌파하며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일각에선 달러당 1300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론까지 대두된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긴 것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었던 약 13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1270원대까지 올랐던 시기 또한, 12년 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나마도 이는 단기 급등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문제는 오르는 것이 환율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리인상 기조는 이미 상수처럼 고정돼 있다. 자연히 물가도 오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세는 더뎌지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개장하기 직전 발표된 미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1.4%로,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물가상승과 경제 불황이 겹쳐서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교과서적 정의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주요도시 봉쇄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경제 불확실성은 계속 커져만 간다.
근래의 상황은 금융기관들에게도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직후 오히려 전례 없는 호황기를 보냈던 증권사들의 표정은 이미 달라진 지 오래다. 지난 2020년 이후 약 2년 간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유입되며 국내 주식시장을 달궜고, 증권사들은 가장 큰 수혜자였다. 작년엔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무려 5곳이나 됐다.
당장 올해 1분기부터는 성장세가 꺾였다. 국내외 증시가 부진하면서 거래대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4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4% 급감한 수준이다. 증시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역시 언제 개선될 것인지 장담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은행들의 경우 1분기에 기록적인 실적을 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6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9734억원보다 6665억원 급증했다.
문제는 수익의 질이다.
환율 상승은 은행들에게 비화폐성 환차손 부담을 지우며, 결과적으로 비이자이익을 감소시키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지난 1분기 은행들의 수익구조만 봐도, 이들은 여전히 금리 상승기 예대마진을 이용해 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은행권 안팎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지적이다.
결국 달러화의 일방적인 강세 기조와 그 주변에서 어른거리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는 당분간 금융기관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와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단은 1300원 수준으로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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