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다자녀가구 소득기준 완화…내달 금리 상승에 신규 실수요 미지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특약 옵션 '유한책임'의 신청 소득기준을 신혼부부, 다자녀가구에 한해 완화한다. 

유한책임 보금자리론은 일반용과 달리 부부합산 및 미혼 세대주의 연소득을 7000만원으로 묶어둔 탓에 옵션을 선택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았다. 이를 일반용과 동일하게 차주 특성에 따라 소득기준을 크게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다자녀가구에게는 대출한도를 확대하고, 대출자금 용도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을 추가 반영한다.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특약 옵션 '유한책임'의 신청 소득기준을 신혼부부, 다자녀가구에 한해 완화한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 광교 아파트 롯데캐슬./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상환책임의 범위를 담보물에만 국한해 추가 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로 무리하게 내집 마련에 나서는 차주들에게 최소한의 '안전판'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금공은 이 같은 내용의 '유한책임 보금자리론' 개정안을 30일 밝혔다. 개편안에 따라, 신혼부부 합산 연소득 기준은 8500만원까지 인정해준다. 다자녀가구는 1자녀 8000만원, 2자녀 9000만원, 3자녀 이상 1억원 이하로 각각 완화한다. 그동안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세대는 이 특약을 이용할 수 없었는데 일반형과 동일하게 기준을 차등화 한 것이다. 

미혼의 홀로 사는 세대주이거나, 자녀가 없는 부부는 기존처럼 연소득 7000만원으로 동결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기존에는 유한책임대출 요건이 엄격하게 적용돼 다자녀가구나 신혼부부 할 것 없이 부부합산 소득여건 7000만원 이하인 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서도 "대출요건을 검토하면서 일반 보금자리론과 소득요건을 동일하게 맞춰야 겠다고 생각해 이번에 개편하게 됐다"고 소득기준 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보금자리론은 개편안의 소득기준을 충족하면 이용할 수 있지만, 특약은 일괄 7000만원을 적용한 탓에 소득기준을 넘는 신청자들이 이용할 수 없었다. 

더불어 3자녀 이상 다자녀가구에게는 대출한도를 최대 4억원으로 확대한다. 자녀 수와 관계 없이 대출한도가 최대 3억 6000만원으로 일괄 적용됐지만 3자녀 이상 가구에 한해 한도를 늘린 것이다. 

자금용도는 기존 주택 구입·상환(타행 대출을 주금공으로 대환대출) 목적 외에도 '임차보증금 반환(보전용도)'도 추가 반영키로 했다. 

주택을 매수한 세대가 건강, 교육, 직장 등의 문제로 실거주하지 못하고 부득이 전세를 내어주는 사례가 많은데, 전세 세입자가 계약만료로 퇴거할 때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매매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전세 만료 후 입주하기 위해 찾는 '세안고 매매'용 자금으로도 활용된다. 

대출한도는 임차보증금만큼 신청할 수 있으며, 대출기간은 10년부터 최장 40년까지 선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립·다세대·단독주택도 담보물에 대한 심사평가 점수와 관계없이 유한책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금공은 그동안 담보물을 주택 건축연수 및 해당지역 가구수 증가율 등의 내부기준에 따라 점수가 너무 낮으면 특약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기준을 없앰으로써 취약차주에게 포용금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 유한책임 보금자리론 개편 주요내용/자료=주택금융공사 제공


주금공의 유한책임 개편안은 대출 상환이 어려워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는 취약차주들에게 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통상적으로 차주가 주담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 등은 담보물을 경매로 넘긴다. 이 때 경매 낙찰가액이 채권설정액보다 낮을 경우 채권자인 일반 은행들은 손실을 막기 위해 차주에게 채권추심을 한다. 차주가 담보물 외에도 미수금(원금 및 이자)을 갚아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금공은 차주가 대출을 신청할 때 유한책임을 택하면 상환부담을 담보물에만 한정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을 주금공이 분담해주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만큼, 유한책임은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일으킨 한계차주들에게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3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고정금리 비중은 19.5%로 한 달 전 22.1%보다 2.6%포인트(p) 줄어들었다. 주담대 고정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크게 올라 차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까닭이다. 

당장 금리가 더 낮은 변동금리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택한 것인데, 금리가 추가 상승하면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는 한계차주들의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갈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주금공은 보금자리론 금리를 5월 신규 신청 건부터 0.45%p 인상한다. 이에 따라 'u-보금자리론' 금리는 10년 만기 연 4.10%, 40년 만기 연 4.40%로 각각 책정됐다. 

주금공 웹사이트에서 대출 서류 접수 및 심사를 진행하면 금리를 감면해주는 '아낌e-보금자리론' 상품은 이보다 0.1%p 낮은 10년 만기 연 4.00%, 40년 만기 연 4.30%를 각각 적용한다. 이달 신청자는 4월 금리를 적용받는다. 

주금공이 지난 24일 이 같은 소식을 공지했는데 신청 수요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가 연초에 견주면 급격히 오른 데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겹치며 예비 실수요자들의 주택매수 바람이 한풀 꺾였기 때문. 더불어 시장 매물 호가(呼價)가 지난해에 견주면 크게 하락해 더 하락하길 기대하는 심리도 한 몫하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아무래도 5월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4월) 막판 신청들을 많이 할 것으로 본다"며 "5월 상황은 1~2주 정도 따로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많이 올렸고, 시장금리도 많이 올라갔고, 주택거래량도 작년 대비 많이 줄었기 때문에 그에 비례해서 (보금자리론) 신청 수요는 작년보다 확실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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