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 미사일을 둘러싼 논쟁
지난 4월 8일 우크라이나, 피난 열차를 기다리며 4천여 명의 피난민들이 모여 있던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에 갑자기 폭탄이 떨어졌다. 기차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민간인 59명이 사망하고 107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종군기자 다비드 알쿠리 씨는 그날의 참사를 지옥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사방에 피가 묻어 있고 고여 있었습니다. 아직도 피의 냄새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 다비드 알쿠리 / 종군기자 -
무차별적 공격으로 일반 시민들까지 희생시키고 있는 러시아군을 향해 또다시 국제적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지목했다.
그런데 러시아는 기차역에 떨어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만 사용하는 미사일이라며, 이번 참사는 오히려 대거 이탈하는 주민들을 막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어떤 근거로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현장에는 폭탄의 잔해들도 남아 있었는데, 한 미사일에는 '아이들을 위하여'라는 글귀가 씌어 있었다고 한다. 이 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그리고 무고하게 민간인을 살해한 범인을 지목하는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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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
▲ 전쟁 속의 전쟁 : 누가 사실을 증명하는가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돼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양국의 군사력 차이를 볼 때, 짧은 시간 내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선전으로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사망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의 책임이라며 전쟁 속의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는 과거 그 어떤 전쟁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일반 시민들이 만들어 내는 생생한 전쟁의 기록이다. 휴대전화를 손에 든 시민들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우크라이나 곳곳의 참혹한 풍경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고, 그 기록들은 SNS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생중계되듯 세계인들과 공유되고 있다. 전쟁의 진실을 증명하고, 알리는데 정부나 군대가 아닌 시민들이 남기는 기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우크라이나 르비우 현지에서 만난 오레즙 씨도 그런 시민 중 한 명이었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은 왜 기록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일까.
"저는 원래 여행블로거였어요.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록하고, 이를 영어로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 오레즙 / 르비우 시민 -
▲ 부차, 마리우폴, 히르키우의 진실 : 학살자 VS. 목격자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전쟁터의 참혹한 풍경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저지른 잔혹한 전쟁범죄의 증거들도 기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쟁범죄란 국제적으로 합의된 금지된 무기를 사용하거나, 평화적인 시민을 살상하는 일, 또한 전쟁터에서 재산을 약탈하거나 파괴하는 등 전쟁 시 벌어지는 비인도적 행위를 말한다.
제작진은 우크라이나 안에서도 특히 러시아의 전쟁범죄가 심각하다고 알려진 부차, 마리우폴, 하르키우 지역을 기록한 시민들의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남긴 사람들과의 화상 연결을 통해 그곳의 진실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목격하고, 기록으로 남긴 그 영상에는 어떤 진실이 담겨 있을까.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보거나, 수백 구의 시신이 묻힌 구덩이를 발견하는 등 그들이 직접 겪은 전쟁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는데…
"전쟁에도 몇 가지 법과 규칙이 있어요. 여기에는 그게 없어요. 살인, 약탈, 강간일 뿐이에요" - 아나스타샤 / 러시아군 전쟁범죄 목격자 -
▲ SNS War - 21세기 새로운 전쟁의 모습
전쟁에서는 군대, 무기 등 물리적인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선전과 선동, 사이버 정보전 등 비군사적 요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군사적 요소 외에 비군사적 요소가 중요하게 함께 동원되는 전쟁을 일명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부른다는데…
전문가들은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우위를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하이브리드 전쟁의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일반 시민들의 기록과 SNS라고 지목했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진실을 목격하고, 기록하고, 알리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오늘(30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러시아 군의 돈바스 집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 상태를 짚어보고, 현지 취재와 우크라이나 곳곳의 시민들과의 연결을 통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범죄의 실상을 파헤쳐 본다. 또한, 전문가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분석해 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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