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화들을 보면 가장 순수해야 할 동화책이 편향적으로 특정 이념과 가치관을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독서 교육만 강조하다 보면 책을 읽을수록 세상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만 주입하게 된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불량식품만 먹이는 것과 진배없다.
이에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4월 13일 제18차 교육쟁점연속토론회 ‘편향의 자유 마음껏 누리는 동화책 시장’을 개최해 동화책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21세기미래교육연합 조형곤 대표는 청소년 추천도서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이하 책따세)에 추천된 도서를 분석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책따세는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된 전국국어교사모임(이하 전국모)과 지난 2000년부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책 내용을 직접 인용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래는 조형곤 대표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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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
편향된 출판시장을 바로 잡으려는 이원우 기자의 부단한 노력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특종을 건지고 큰 성과까지 연달아 거두어들인 보람 있는 일에 함께 참여하게 되어 필자 또한 기쁘기 그지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막중한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시장의 두터운 신뢰를 쌓으려면 실력도 있어야 하고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다.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사서들에게 책따세는 신뢰 그 자체로 보인다. 청소년 추천도서 목록을 책따세가 발표하면 학교도서관은 이를 사들이기 바쁘다. 신뢰 아니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어떻게 이런 신뢰를 만들게 되었으며 과연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게 맞는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책따세를 연구해 보았다.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는 저작권 기부 운동을 추진하는 비영리 독서문화 시민단체이다.
1998년 설립된 책따세는 2000년부터 청소년 추천도서 목록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2002년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구축하였다. 2007년에 마포에 푸른도서관을 개관했고, 2011년에는 저작권 기부운동을 시작했다.
책따세는 1999년도 교육부 연구 과제 공모전에서 연구팀으로 선정되어 <바람직한 독서교육을 위한 다양한 수행평가 방안>을 연구한 바 있고, 2000년부터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펴내는 국어교육 학술지인 함께여는 국어교육(계간지)에 매호 권장도서 목록과 독서지도 방법을 연재하며 전국모와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 전국모는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고, 나라말 출판사를 설립 운영하여 불법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의 의뢰를 받아서 ‘책/따/세 독서교육 연수’를 2002년 6~7월에 진행했는데, 서울경기 지역 국어교사 50명이 연수에 참여하였고, 이듬해인 2003년 7월에는 강원국어교사모임 여름방학 연수에 강사진으로 참여하였다.
책따세는 2012년 6월 1일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저작권 기부운동 협약식을 맺었고,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책따세는 2012년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서 사이언스북페어를 개최했다.
팀을 구성하여 서로가 협력하여 자신들만의 책을 만들어내는 ‘책쓰기 축제’, 학부모·교사·학생들의 독서 고민에 도움을 주는 ‘독서멘토링’, 책을 읽고 독후 활동물을 만들어 저작권을 나누는 ‘만인의 책 만인의 기부’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책따세가 처음으로 국가 기관의 자금 지원을 받고 관련 활동을 수행하는 전국 단위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책따세 측은 밝혔다.
책따세의 청소년 추천도서는 출판시장에서 흥행 및 성공의 보증 수표이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서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책들을 추천한다는 믿음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다음은 전국 255개 초중고 학교도서관의 350만권 책제목 빅데이터에 책따세 추천도서를 대입한 것이다. 중학교 수는 255개중 134개였다.
중학교 3학년부터 읽으면 좋다는 이 책은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정치 선동을 하고 있다. 저자의 강제 철거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중학생들에게 그대로 투영해서 강제대집행이라는 법적 효력을 무자비한 폭력으로 왜곡시키고 말았다. 우리나라 공권력의 현실은 불법 폭력 시위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학생인권조례의 조항을 들어 학생의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상위법에 미성년자가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음을 들지 않더라도 중학생에게 정당가입을 요구하는 행위는 너무 지나치다. 책따세는 이러한 책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를 중학교 3학년 추천도서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 임정은 저, 다른 출판사, 190~194쪽
<담벼락에 쓴 편지>
안녕들 하세요. 피우리중학교 3학년 차일선입니다.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 여러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우리 학교를 사랑합니다. 슬기산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학교와 마음 착한 친구들, 다정한 선생님….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얼마 전까지는요.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학교는 저더러 잘못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징계도 받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했다는 이유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방 같은 곳이었던 카페가 강제 철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강제 철거’는 못 가진 사람을 폭력으로 쫒아내는 일입니다. 놀랍고도 무서운 사실은 그것이 아주 ‘합법적’이라는 것입니다. 손님들이 있는 가게에 갑자기 용역이 들이닥쳐서 온갖 물건을 내던지고, 사람들에게 욕설을 하고 주먹을 씁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쳐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대요. 왜냐하면 ‘법’에 따라 한 일이니까요. 자기 가게를, 집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공무 집행 방해죄 등의 이유를 대며 구속하고 체포하기도 합니다.
저도 카페 덕분에 법이라는 것을 때로는 약자를 등지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가족과 편안하고 안전하게 하루하루를 살던 중학생이 몰랐던 세상에 눈떴다고 할까요.
혹시 한국영화 <남쪽으로 튀어>를 보셨나요? 거기엔 재개발을 하기 위해 굴착기로 밀고 쳐들어오는 건설 회사와 자신의 집을 지키려는 아빠가 맞서는 장면이 나오지요. 저는 이게 영화에서만 벌어지는 ‘가짜 현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사랑하는 가게가 그처럼 무너질 위기에 처했어요.
그걸 알게 되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몸으로 굴착기를 막거나 힘으로 막을 수는 없어도, 적어도 사람에게는 이 상황을 알리고, 법이 잘못되었다고 외칠 수는 있었어요. 그런데 학교는 저의 이런 행동을 잘못했다고 합니다. 친구들에게 카페 일을 알리고 카페를 지키자는 서명을 받은 것에 대해, 친구들을 부추겨 단체 행동을 조장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또 제가 ‘정당’에 가입했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무지개당에 가입했습니다. 용돈을 모아서 달마다 5000원씩 당비를 내고 있습니다. 특별히 당 활동을 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는 제가 무지개당 당원이라는 것을 카페와 연관시켜서 정치적 배후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은 제게 당장 탈당하라고 했습니다.
배후 세력…. 전 처음에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배후’, 한자를 풀어 보면 ‘등 뒤’라는 뜻이더라고요. 제 등 뒤에 누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제 등 뒤엔 저를 사랑하는 엄마가 든든하게 계십니다.
학교가 제게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 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거꾸로 학교에 묻고 싶습니다. 이웃에서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지 않고 힘을 합쳐 도운 것이 잘못이냐고.
민주 시민으로서 또 미래의 유권자로서, 정당에 관심을 가지고 당원으로 가입하는 게 정말 학생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냐고.
그리고 하나 더, 학교에 묻고 싶습니다.
저는 학교가 가르쳐 주지 않은 학생인권조례를 찾아보았습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저는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보장된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인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총칙은 접어 두고서라도, 제2장 ‘학생인권’만 봐도 학생은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의사 표현의 자유도 보장되어 있고요.
학교는 저에 대한 처벌을 내리기 전에, 제가 보장받지 못한 자유와 권리를 먼저 검토해 주십시오.
그리고 피우리중학교 학생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도 누군가가 의문을 품고 싸워서 얻은 것입니다. 인권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깨닫고 우리 스스로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시다.
○○○○년 ○월 ○일 배후 세력 없는 자연인 차일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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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따세가 2014년 추천도서로 선정한 책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역시 문제가 다분해 보인다.
보수를 탐욕, 기만, 폭력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일베에 대해 “‘일베 짓’ 같은 파시즘적 독선은 삶의 실질에 가닿지 못하는 위선적 규범의 반동”이라 폄하했고, 한편 “그렇다면 대중이 합리적 진보에 기대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라며 제목만으로 보면 진보를 한껏 추어주는 편파를 대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 표지의 뒷면에는 이런 말들이 있다. 1% VS 99%, 이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구호이다. 우리 사회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편 가르기 하여 선전 선동을 일삼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호한 그 슬로건이 이 책에서도 등장한다.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1%의 유혹
“돈을 더 벌면 행복해질 수 있겠지”라는 99%의 순응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 속에는 1% 지배자들이 만들어낸 유혹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체제가 하는 ‘말의 거짓말’이다. 이 거젓이 켜켜이 익숙한 규범, 도덕, 법, 정치, 문화, 사회를 구성한다. 모든 개인의 삶은 그 안에 포박돼 있다.
하여 “누구나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1%의 유혹에 99%가 곁을 내준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면 행복해질 수 있겠지”라는 희망이 잉태된다. 이 환상 속에 스스로를 옭아매며 자본의 유혹을 자신의 신념으로 복제하는 말과 행동이 ‘사람의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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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남재일 지음, 천년의상상, 30~32쪽
또 다른 언어게임을 해보자. 어느 후보가 ‘경제가 중요하다’라는 구호를 선창했다면, 경쟁자는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경제는 모든 삶의 토대이니까. ‘성장이 중요하다’고 하면 약간 반박의 틈새가 보인다. 분배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성장과 분배는 반대 개념이 아니다. 성장과 분배의 우선성을 주장하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반대 개념처럼 들릴 뿐이다. 그래서 ‘성장보다 분배가 중요하다’라는 반박을 하려면 스스로 성장과 분배를 반대 개념으로 가정해야 한다.
그러나 분배는 분배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 대상을 성장이 만든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싸움은 성장의 승리로 돌아간다. 이것이 무서워 ‘분배도 중요하다’고 주장하면 분배는 스스로 주변적 가치임을 고백하는 꼴이 된다. 성장과 분배의 싸움은 이미 불공정한 게임이다.
보수주의자는 ‘기업 편을 들겠다’를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다’→‘경제가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또 ‘낙태 금지’는 ‘생명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정치적 쟁점을 피하면서 국가, 생명, 경제, 가족, 법 같은 공유 영역을 선점하고 자신들만의 것인 양 주인 행세를 한다. 그러면서 진보 담론이 마치 이 공유 영역을 부정하는 것처럼 객으로 만들어버린다. 보수주의 정치 담론의 전략은 공유가치의 선점을 통해 정당한 이의제기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를 보자. 천안함 침몰 직후 정부는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보수 언론은 파편적 사실을 근거 삼아 북한 소행이라는 추측 보도를 일관했다. 조사는 매우 더뎠고, 그사이 전사한 장병의 장례식이 국민들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이 애도는 꽃다운 젊음이 스러진 데 대한 무구한 슬픔의 표현이었을 테지만, 보수 언론은 국가주의 영웅 신화의 프레임으로 추모했다. 말 없는 전사자에게 자신들의 이념을 투사하고, 희생의 가치를 자신들의 영토로 귀속시키면서 ‘장병들의 희생=국가=보수 정권’ 이라는 현기증 나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졸지에 국가 사랑을 입으로 부르짖는 다수의 병역미필자 보수 지배 집단이 숭고한 국가의 애국적 주인이 돼버린 것이다.
난감하지 않은가? 장병들의 희생과 국가 안보라는 공유가치 뒤에 숨어버린 이 정치적 탐욕을 지적하려면 희생자 유족의 상처를 건드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거나 국가안보를 부정하는 ‘좌파’로 매도당하기 십상이니 말이다. 이렇게 전사 장병과 유족에 대한 군과 정보의 불편한 입장이 정리됐다. 그리고 지방선거에 때맞춰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강경한 대국민 담화도 이어졌다.
이번엔 전쟁기념관을 무대로 썼다. 민족의 집단적 상흔으로 남아 있는 역사를 보수의 역사로 또 날치기 독점한 게다. 모든 정보와 해석과 공유가치를 독점했는데 조사 결과에 어찌 반박을 할 수 있겠는가. 절차상 독점에 문제제기를 해도 ‘친북’이 되는데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보수는 더 많이 가지려는 탐욕이 공유가치의 등 뒤에 숨어서 상처받은 자의 공포와 불안을 동원해 굴러간다. 탐욕이라는 목적어에 기만이라는 형용사를 갖다 붙이고 폭력이라는 술어로 마침표를 찍는 것! 이것이 한국 보수의 기본 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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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두 권 말고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책들이 많아 보인다. 책따세가 공공도서관 및 학교도서관의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는 단체라면 청소년 추천도서 선정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