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하며 사표를 낸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법안 입법 완료 이튿날인 4일 그동안 느낀 자괴감과 분노 등의 소회를 밝혔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박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남긴 사직인사에서 "지난해 크게 바뀐 형사사법제도가 미처 안착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뚜렷한 논리나 충분한 논의도 없이 절차마저 어겨가며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입법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극심한 자괴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싫어하고 미워하기보다는 이해하고 포용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해왔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오로지 자신들의 방패막이를 만들고자 꼼수를 강행하는 모습에 검사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제가 평생을 바친 검찰이 지금처럼 크나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먼저 떠나게 돼 너무도 미안하고 착잡한 심경"이라며 "직을 내려놓는 것 말고는 달리 저항하고 책임질 방법이 없다고 생각돼 이렇게 떠나지만 검찰 구성원 한명 한명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바람직한 결과가 있으리라 믿고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에 합의하자 박 차장검사를 비롯한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 6명과 함께 반발의 뜻으로 사직서를 낸 바 있다. 다만 그는 김오수 검찰총장을 대신해 검찰을 이끌어온 만큼 지휘부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당분간 출근해 업무를 수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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