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0.50%포인트(p)의 가파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긴축 통화정책의 양대 수단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까지 나서며 물가 잡기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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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한다고 밝혔다/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페이스북 캡처 |
5일 연합뉴스가 미 연준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0.75~1.0% 수준으로 상승했다. 0.5%p 인상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만이다. 연준이 통상 기준금리를 0.25%p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도 회견에서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50bp(0.5%p)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있다"고 밝혔다. 향후 '빅스텝'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0.75%p의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올해 남은 6번의 회의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은 2015~2018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높이다, 2019년 7월부터 금리를 낮췄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인 2020년 3월부터는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했다.
연준은 금리 인상과 더불어 8조 9000억달러(약 1경 1272조원)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및 주택저당증권(MBS) 중 475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재투자하지 않고 시장에 흘려보낼 방침이다.
3개월 후에는 이를 950억달러까지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종류별로는 다음달 국채 300억달러, MBS 등 175억달러를 매각하고, 이후 국채와 MBS 각각 600억달러, 350억달러를 추가 매각한다.
연준의 지난 3월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들은 양적 긴축의 월 상한선을 미 국채 600억달러, MBS 350억달러로 설정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17∼2019년 당시 월 상한선이 최대 50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적긴축이 2배 가까운 속도로 진행되는 셈이다. 당시 연준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와 MBS를 매입했으나,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고물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연준의 이번 고강도 조치는 일자리 등 전반적인 경제 기저가 튼튼하다는 전제하에 최악의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지난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1.4%로 집계된 점을 언급, "전반적인 경제 행위가 1분기 감소했음에도, 가계 지출과 기업 투자는 강건하게 남아있다"며 "소득 수입은 탄탄하고 실업률도 근본적으로 하락세"라고 지적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지속하는 형세이며, 이는 팬데믹을 비롯해 높은 에너지 가격, 전반적인 가격 상승과 연관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발생하며 공급망 사태를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연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도로 불확실하다"며 "침공과 그에 따른 사태가 물가 상승을 추가로 압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미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연착륙'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하강에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특히 탄탄한 미국의 고용시장을 언급하며 "경제는 강하고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감당할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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