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614억원 빼돌려…금감원 검사 착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우리은행의 한 직원이 지난 2012년부터 614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의 여파가 금융계 전체에 미치고 있다.

비리 규모만 놓고 보면 회사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소수의 직원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 2012년부터 무려 6년에 걸쳐 발생했다는 점은 엄중하게 인식되는 분위기다.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이 어떤 대응을 해나갈지 주목된다. 

   
▲ 우리은행의 한 직원이 지난 2012년부터 614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의 여파가 금융계 전체에 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7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의 정황이 점점 드러나면서 금융권 전체에 충격이 미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을 종합하면 우리은행 직원 1명이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횡령했으며, 내부 문서를 위조해 회사 승인을 받아 돈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현재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전모 차장(43)이 은행 내부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 중이다. 전씨는 지난 2012년 12월과 2015년 9월 각각 173억원과 148억원을 수표로 빼냈으며, 2018년 6월엔 293억원을 이체 방식으로 빼돌린 뒤 해당 계좌를 해지했다. 

이번 사안은 금융당국도 유심히 지켜보는 대형 사건으로 비화됐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책임자를 엄정 조치하고 내부 통제 미비점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 실태를 긴급하게 점검하도록 했다”고 예고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생한 사건을 제외하면 우리은행, 나아가 우리금융지주 전체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8824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익 증가율은 32.5%나 된다.

우리금융그룹은 이익제고와 주가 상승으로 ‘민영화 원년’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던 터였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증권사를 갖지 않은 유일한 회사인 만큼 적당한 매물을 찾아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터진 대규모 횡령사건은 금융권 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어 우리금융의 대응에 따라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금감원은 우리은행을 총 11번, 그 중 1번은 올해 초에 종합검사를 했지만 당국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면서 “은행은 물론 당국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우리금융의 대응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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