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타협은 연극일뿐…노동시장 유연화 원칙 찾는 계기로
   
▲ 김연주 자유경제원 연구원

노사정위원회, 정부의 실패한 연극...노동시장개혁 ‘전쟁’의 서막을 올려라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모두가 예상했듯 실패로 끝났다. 굳이 더 크게 잃은 쪽이 누군지 재고 따져 본다면 정부가 크게 잃었다. 타협이 불가능한 부분을 타협하고자 했고 대화로 풀어나가겠다는 미명 아래 기나긴 연극을 했을 뿐이다. 공연장에 관객은 없고, 이기적이고 실력 없는 연기자만 그득한 그들만의 무대였다.

‘대타협’을 연기하려던 정부 주최 특별공연은 매해 돌아오는 양대 노조의 춘투(春鬪)에 더 쎈 구실과 구호만 안겨준 채 보잘 것 없이 망해버렸다. 더 크게 잃은 정부에 위로의 박수라도 보내야 할까.

13일 민주노총은 ‘총파업 총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24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총파업 집회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맞불작전이라며 정부주도의 노동개혁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고용노동부의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마련했지만 그 수준은 여전하다. 장관이 30대기업 CHO(인사노무최고책임자)회의를 소집해 기껏 ‘청년취업을 늘릴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기업은 일자리를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기계가 아니다.

정부의 고장 난 도깨비 방망이?

‘일자리 나와라 뚝딱. 대타협 이뤄라 뚝딱.’ 아무래도 정부의 도깨비 방망이는 고장 나도 한참 고장 난 것 같다. 아니면 애초부터 제 것이 아닌 것을 주인인양 휘둘렀거나 둘 중 하나다. 대한민국은 심각한 일자리 부족과 저성장의 벽에 부딪친 지 오래다. 이제 적당한 자세와 타협 같은 듣기만 좋은 말로 꾸며댄 연극으로 차일피일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 일단 번지수는 잘 찾으셨다.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한다. 정부나 노조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 하지만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일자리 만드는 기업이 아닌 권력의 탑 쌓기에 혈안이 된 천박한 귀족노조와 온갖 규제법에 좌우되고 있다.

   
▲ 올해 노사단체협상은 어느해보다 험난할 전망이다.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외에 고용기간 연장,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등 이슈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올해 협상에서 정년연장에 대응, 임금피크제와 능력급제 도입에 주력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등에 대해선 협상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해야 한다. 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위원회의 타협을 거부하며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일명 기간제법, 또는 비정규직법)’을 통과시켰던 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자. 이 법률의 통과를 위해 띠 두르고 투쟁하던 양대 노총은 오늘날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어설픈 선의, 사심 채우기로 통과시킨 불필요한 악법은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들이 2년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동시장을 전전하도록 만들었다.

고용불안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 이들은 노사정위원회라는 곳에서 이 법률의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어떤가?’에 대해 세월 다 지나도록 탁상공론을 했던 것이다. 노동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노동시장을 움직인다.

언제부터 세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있었을까.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지금 과도한 정규직 보호, 비정규직을 괴롭히는 비정규직 보호, 천편일률적인 정년 연장 등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셀 수 없이 많은 암 덩어리들이 산업 분야 곳곳으로 전이되고 있다. 암세포가 온몸에서 자라는데 혈색 좋고 활동적인 사람을 본 일이 있는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할 대한민국 기업들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사내유보금은 안되고, 무조건 투자 좀 해. 경제 활성화 시켜야지’

‘이번에 올림픽 한번 열려고 해서 하는 말인데, 기업이 말이야 사회적 공헌을 해야지. 기부 좀 해주시죠.’

‘아 그런데 법인세는 더 내줘야겠어. 왜냐면 포퓰리즘 입법, 복지 남발로 이번에 세수에 구멍이 좀 났거든요. 크게.’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정부와 강성노조의 요구. 반시장·반기업적 정서로 똘똘 뭉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상상력과 양심이 놀랍다.

다가오는 4·24 총파업 : 천박한 귀족노조의 민낯

달력을 펼치고 빨간 펜을 들어보자. 4월 마지막 주를 빨갛게 물들일 스케줄을 챙겨 볼 때다. 민주노총이 밝힌 바에 따르면 24일 총파업 집회, 25일 연금개악(?) 저지 범국민 대회, 27일 노동시장구조개악 저지 투쟁, 28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촛불’집회, 29일 비정규직 철폐 및 대한구조조정 저지 투쟁, 5월1일엔 서울광장에서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한다.

파업 명분으로 삼은 의제를 살펴보면 정당성이 없는 것은 기본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세월호 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 폐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 등이다. 이미 이들의 주장은 조합원의 근로 환경과 조건 개선을 넘어서 다분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다. 장외 투쟁만을 외치는 이들의 행보는 엄연한 불법적 정치투쟁이다. 노동을 말하지 않고,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는 자들이 권력을 가지면 어떻게 대한민국을 타락시키는지 그 처참한 현장을 우리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이다.

   
▲ 한국노총이 예상대로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처음부터 노동시장 유연성에 참여할 의사가 없었다. 현재의 기득권을 향유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정부는 기득권 노조를 달래 노동개악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제대로 된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서 장그래와 백수청년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모 대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들에게 일자리를 막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천민민주주의의 농간에 흔들리고 있다. 자살한 사람이 남긴 쪽지 한 장에도 정계가 흔들리고, 한낱 찌라시에도 나라가 흔들린다. 뭐든 떼만 쓰면 먹혀드는 이 천민민주주의의 사태를 어디까지 두고 보아야 하는가. 대한민국 지성의 양심과 투쟁이 필요한 때다.

한 발 후퇴는 영원한 패배, ‘노동유연화’ 그 이상의 대안은 없다

대한민국은 더 성장해야 하는 국가다. 지금까지 걸어온 위대한 발자취만 추억하며 살기엔 경제위기가 심각하다. 지지부진하게 병든 채 여기서 끝낸다면 후세가 감당해야 할 그 고통과 비극의 책임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다.

노동개혁을 이루기 위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재도약을 위한 마지막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대로 쓸쓸히 망국의 길로 접어드느냐, 위대한 역사를 쓰느냐 그 운명의 열쇠는 ‘노동시장개혁’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

전쟁의 서막이 오르는 것을 기뻐하자. 긍정과 희망이 아닌 분열과 패악만 부리는 시대에 ‘미래’가 있을 리 만무하다. 무조건 ‘약(弱)’해 보이는 사람의 손만 들어준다고 해서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이 아니다. 우리의 적은 정부도, 기업도, 노동자도 아니다. ‘기업 vs 노조’, ‘강자 vs 약자’의 흑백 프레임을 씌우는 ‘공공의 적’, ‘선동가’를 경계하자. 내 것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으려 꽉 붙들고 노동자가 아닌 다른 자의 이익을 말하는 가짜들을 향해 날을 세울 때다.

파업보다 근로의 힘을 믿는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단 한순간도 의지를 굽혀서는 안 된다. 원칙을 내어주는 ‘타협’은 ‘패배’ 의 다른 이름이다. 노동유연화 그 이상의 “대안은 없다.” /김연주 자유경제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