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손충당금 적립 등 부실 위험 대비해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대출이 확연하게 늘어나고 있다. 오는 9월 정부의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후 대출 부실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계적인 출구전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김상문 기자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4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660조5558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6486억원 증가했다. 1년 전보다는 약 64조원 늘었고, 올해 들어 4개월 동안 약 24조6680억원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중에서도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액이 확연하게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전월보다 2조4919억원 증가한 308조447억원으로 집계돼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증가액도 매달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12월 9739억원에 그쳤던 대출은 올해 1월에는 1조6854억원, 2월에는 2조1097억원, 3월에는 2조362억원으로 불어났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문제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정책이 오는 9월 종료시 대출금리 인상과 함께 연체가 급증할 경우 금융권의 잠재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부채를 보유한 자영업 가구 중 적자 가구는 약 78만 가구로 전체 자영업 가구의 16.7%에 이른다. 이들 적자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177조원으로 이는 전체 자영업 가구 금융부채의 36.2%에 달한다. 특히 적자 가구 중 유동성 부족으로 1년 이내 부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동성 위험가구'는 작년 말 현재 27만 가구로 추정된다.

올해 경기상황과 정부의 금융지원정책 변화 등을 반영해 자영업자 부채 규모와 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분석 결과, 향후 1년간 '적자 가구'와 '유동성 위험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경기 변화보다 정부 금융지원조치 종료 여부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부채가 많아 원리금상환 부담이 큰 가구일수록 정책 종료 여부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출 지원을 일괄 연장한다는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적자 가구 금융부채는 낙관적인에는 1조원 감소했으나, 비관적인 경우 18조원 증가했다. 유동성 위험가구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대비 1조~10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지원 조치를 일부 연장하면 적자 가구 금융부채는 21조~39조원 증가하고, 유동성 위험가구 금융부채는 11조~17조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지원 일괄종료 시나리오에서는 적자 가구의 금융부채는 39조~58조원, 유동성 위험가구 금융부채는 32조~42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정책이 자영업자의 유동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정책 종료시 이들의 단기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대출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정책 종료시 연체가 급증할 경우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유동성에 정부의 지원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책이 종료될 경우에 대비한 단계적인 출구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은행권도 자영업자 대출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통해 부실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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