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빅스텝 단행…한은 금리인상 빨라질 듯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연 7%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권 대출금리 역시 가팔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 사진=김상문 기자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10일 현재 연 4.28~6.6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연 3.6~4.97%와 비교해 약 5개월 사이 상단이 1.64%포인트 높아졌다.

시장에선 당분간 금리가 계속 올라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연내 연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의 기준금리 역시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에 대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최소 세 차례에 걸쳐 최대 2.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연준은 지난 2000년 이후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의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예고된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줄었다.

여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대 후반을 기록한 '최악의 물가' 상황 역시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를 넘어서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4.8%로 집계돼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물가 오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고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금리로 시그널(신호)를 미리 주지 않으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물가안정책이 인기가 없더라도 물가가 더 크게 올라가지 않는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취약 차주의 이자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862조원이며, 이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약 76%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약차주의 경우 변동금리의 비중이 높고 신용도가 낮아 금리 인상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금융자산이 적어 이자 부담에 따른 대출 부실 위험도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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