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 생략, 도시락 오찬,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질의응답. 윤석열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에서 찾아 볼 수 없던 '프리한 스타일'로 집무를 시작해 화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건물로 출근했을 때에도 종종 취재진과 자유로이 질문을 받아 답했다. 대통령 신분으로 이런 모습을 보인 경우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윤 대통령이 11일 보였던 모습은 참모진에게 '자유롭게', '구두 밑창 닳도록 일하자'는 두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갖고 "이방 저방 다니면서 다른 분야 업무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구두 밑창이 닳도록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시의적절한 현안이 있다고 하면 주제도 던지며 편하게 하자"고 당부했다.
|
|
|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1일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특히 윤 대통령은 "정무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 안보수석이라고 해서 업무가 법적으로 갈리는 게 아니다"며 "같은 관점에서 자기 분야를 들여다보고, 서로 (소통)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자기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우리 방에도 격의 없이 수시로 와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선보인 '프리한 스타일'은 소통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과거 검찰총장 당시에도 실무진과 수시로 소통하며 현안을 챙겼던 윤 대통령은 11일과 12일 모두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들과 즉석에서 질답을 주고받듯이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잠시 말을 주고 받았다. 연출된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즉석에서 문답하는 이러한 모습은 이전 대통령에게서 볼 수 없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수석뿐 아니라 비서관들도 자신의 업무 사항을 1층 기자실로 내려가 계속 설명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역 구분이 없는 자유토론을 독려할뿐더러 자기 자신도 거침없이 격식을 따지지 않는 탈권위적 스타일은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읽혔다.
윤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기 자리 앞에 놓인 회의자료를 보지 않고 발언을 시작했고 "오늘 하루만 이렇게 언론이 사진 찍는 것으로 하고 편하게 하자"며 "여기 보니까 써준 것에는 '첫 번째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는데 무슨 법정 개정도 아니지 않냐"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
|
|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서울 용산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고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언급한 명분이다.
실제로 용산 대통령실 청사의 내부 구조와 집무실 배치 등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을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출퇴근시 지나가는 청사 1층 중앙 로비는 기자실과 걸어서 20초 거리다. 백악관에서는 전용헬기가 내리는 남쪽 잔디밭에서 미국 대통령이 취재진 질문에 종종 답했다. 청사 1층에 마련된 브리핑룸은 일체형 책걸상을 한줄에 7개씩 7줄 배치해 총 49석이다. 백악관 브리핑룸과 좌석 규모가 동일하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청사 5층에는 비서실장을 비롯해 국가안보실장실, 각 수석비서관실, 대회의실, 접견실이 모두 함께 다닥다닥 붙어 있다. 걷는데 1분이면 족하다. 5층 대회의실 규모는 기존 청와대 소회의실 수준이다. 이러한 구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하는 백악관 집무동 '웨스트윙' 2층과 유사하다.
|
|
|
▲ 미국 백악관 및 한국 대통령실 집무실 구조. /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 대통령은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무슨 요식 절차에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첫 출근 소감으로 "특별한 소감이 있나, 일해야죠"라고 답한 윤 대통령.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