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경기도’ ‘가평군’의 호명호수(虎鳴湖水)는 ‘가평읍’ ‘복장리’의 ‘호명산’ 해발 535m 지점에 있는 인공호수로, ‘청평호수’에 이어 가평팔경(加平八景) 중 제2경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수발전소인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에 있는 저수지로, 양수발전(揚水發電)을 위한 물을 퍼 올려 저장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호수로서, 면적은 47만 9000㎡다. 수심은 21m 내외.
높은 산 위에 있어, ‘백두산 천지(天池)’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얻었다.
하부저수지인 청평호(淸平湖)의 물을 심야전기를 이용해 상부로 펌핑, 이 물을 사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이런 양수발전소는 전국에 대여섯 군데 있는데, 호명호가 최초의 양수발전소다. 1975년 착공, 1980년 4월 완공한 저수지로,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이 준공식에 참석했다.
일본 업체가 설계하고 ‘대림산업’이 시공했으며, 총 689억원이 투입됐다.
대용량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 등은 가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 발전을 하는 것이 경제적이어서, 전력 사용이 적은 심야나 휴일에는 잉여전력(剩餘電力)이 발생한다. 이를 이용해 양수를 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기에 발전하는 양수발전은 국가 전력계통에 꼭 필요한 것이다.
청평호에서 수평으로 방수로를 뚫고 물을 끌어들여, 다시 산위 저수지로 양수했다가, 다시 해발고도(海拔高度) 지하 10m의 발전소로 떨어뜨려, 489m 낙차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린다.
수력발전의 일종으로,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인 셈이다. 관리는 가평군청과 한국수력원자력(韓國水力原子力)에서 맡고 있다.
호수엔 ‘하늘거북’도 있는데, 등에 패널을 붙인 수면부유식 태양광발전(太陽光發電) 시설이다.
호명산(虎鳴山)으로 올라가 ‘장자터 고개’를 지나 300여m 정도 가면 호수를 볼 수 있는데, 수려한 산세와 드넓은 호수가 아름다운 경관을 빚어낸다. 능선 곳곳의 야생화와 각양각색의 버섯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으며, 팔각정에서 굽어보는 청평호반의 경관도 그림 같다.
호숫가에는 물을 가두는 댐, 홍보관을 겸한 팔각정(八角亭)과 전망대, 관리사무소와 진입광장, ‘한국전력 순직사원 위령탑’등 부대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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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명호수’ 전경/사진=미디어펜 |
호명산은 해발 632.4m의 명산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유래가 된 전설(傳說)이 전해진다.
옛날 한 스님이 이 산 계곡에서 쉬고 있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계속 따라왔다. 이것도 인연인가 싶어, 움막을 짓고 불도(佛道)를 닦으면서 같이 살았다.
그런데 이 강아지가 보통 개가 아니라, 호랑이 모습으로 크게 자랐다. 이 수호랑이가 뒷산에 올라가 으르렁거리면, 근처에 사는 암호랑이가 같이 울다가, 동굴에서 사랑을 나누곤 했다. 이후 나라에 변고(變故)가 생길 때마다, 사람들이 이 동굴로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이 산을 ‘호랑이가 우는 산’이라 하여, 호명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들은 호랑이의 정기를 받아 수태하고자, 이 산에서 백일기도(百日祈禱)를 올렸다.
이 호랑이 동굴은 호수 밑으로 잠겨버리고,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호명산 아래 계곡은 산과 호수를 찾은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 계곡 중간 ‘상천낚시터’는 강태공(姜太公)들이 많이 찾는다.
호명산은 ‘화악산’, ‘명지산’, ‘운악산’, 연인산(戀人山), ‘축령산’ 등과 함께 가평을 대표하는 명산 중 하나다. 경기도에서 가장 평균 고도가 높은 산악지대가 가평이다. 호명산 주변에도 더 높은 산들이 여럿 둘러싸고 있지만, 호명산의 명성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호수 주변은 호명호수공원(虎鳴湖水公園)으로 조성돼 있으며, 4월 초부터 호수가 얼 때까지만(보통 11월 말) 개방되며, 시간도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된다.
이 지역은 경기도의 동쪽 끝에 해당하는 오지여서,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적지 않게 불편하다. 그래도 가려면, 경춘선(京春線)을 타고 가다가 ‘상천역’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상천역 1번 출구에서 오른쪽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호명산 슈퍼’가 보인다. 그 앞에 버스가 있는데, 1시간에 1대 꼴이어서,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등산으로 호수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승용차(乘用車) 역시, 산 밑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는 20분 남짓 걸린다. 도중의 주차장들에서 개별 차량으로 온 사람들이 갈아타느라, 승하차 시간이 꽤 걸린다. 가는 길, 상천낚시터는 가물어 거의 말라버렸다.
호명호도 수면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그래도 호숫가, 큰 호랑이 조형물이 위안(慰安)이다.
멀리 가평의 높은 산들이, 멋진 산그리메를 그린다. 수도권에 1000m를 넘는 산이 5곳인데, ‘용문산’을 뺀 4곳이 가평에 있다. 화악(華岳)·명지·연인산, ‘남봉’이다. 그만큼 두메산골이다.
곧 오른쪽 언덕위에 전망대가 보인다. 그 아래층에 카페와 ‘최달수 호명갤러리’도 있다. 하지만 일단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본 후, 들르기로 했다.
호반을 따라가다보면, ‘호명호’라 쓰여진 큰 비석(碑石)이 있다. 포토 존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 오른쪽에, 하산 도로가 보인다. 바로 ‘경기둘레길’의 일부다.
경기도(京畿道)의 외곽을 따라 자연 경관과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두발로 경험할 수 있는 장거리 걷기 여행길인 경기둘레길. 2021년 9월말 개통됐다. 도를 한 바퀴 도는 총 860km의 순환 둘레길로, 경기도와 15개 시·군이 협력해 조성한, 사람·문화·자연이 함께하는 길이다.
총 60개 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크게 4개의 권역으로 나눠진다.
비무장지대(非武裝地帶) 외곽을 연결한 ‘평화누리길’, 푸른 숲과 계곡이 있는 숲길, 강을 따라 너른 들판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물길, 청정 바다와 갯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갯길이 그것.
경기둘레길은 새로운 길이 아니다. 기존의 길을 구슬 꿰듯이 엮어, 하나의 길로 만들었다.
제1코스는 ‘김포시’ ‘대명항’에서 출발, 문수산성(文殊山城)에 이르는 등, 김포시 구간이 1~4코스다. 또 ‘파주시’는 5~8코스, 연천군(漣川郡) 지역은 9~12코스, ‘포천군’ 내는 13~17코스, 가평이 18~25코스, ‘양평군’은 26~31코스다.
이어 ‘여주시’가 32~36코스, ‘이천시’는 37~38코스, ‘안성시’ 구간이 39~43코스, 평택시(平澤市) 지역 44~46코스, 화성시(華城市) 내 47~48코스, ‘안산시’ 안은 49~51코스, ‘시흥시’ 52~54코스, ‘부천시’ 55~56코스, 다시 김포 57~60코스에서, 대장정(大長征)이 끝나게 된다.
그 중 여기는 ‘가평 22코스’로, 상천역에서 시작해 호명산 정상과 호명호수를 거쳐, 청평역(淸平驛)에 이르는, 11.4km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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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명산의 전설을 알려주는 호랑이 가족 모형/사진=미디어펜 |
조금 걸어 내려가니, 화려한 산철쭉과 영산홍, 그리고 야생철쭉들이 반겨준다.
꽃밭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호숫가로 올라와 계속 걷는다. 발아래 가평의 산하(山河)가 그림 같이 펼쳐진다.
어느새, 전체 호반 길의 절반을 넘어섰다.
아스팔트길을 벗어나, 언덕을 오르는 숲길에 들어선다. 신록이 가득한 전망대에 이어, 팔각정이 나타난다.
문득 멋진 기념비와 한국전력 순직사원 위령탑이 보인다. 한전에서 전력보국(電力報國)에 헌신하다가 순직한 사원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1986년 6월에 건립한 것이다.
전망대 위에 올랐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이제야 호수의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층은 카페와 갤러리다. 입구에는 예쁜 마차(馬車)와 자전거 모형, 작은 벤치가 있어, 오가는 길손들의 포토 존이 돼 준다. 카페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호수도 아름답다. 바다에는 파도(波濤)가, 호수에는 바람이 일으키는 잔물결이 밀려온다.
정면에는 호수의 댐이 반대로 뻗어있다. 그 위로, 한북정맥(漢北正脈) 고봉들이 내달린다.
카페 입구에는, 호명산의 전설을 상기시켜주는 어미 호랑이 한 마리와 새끼 호랑이 다섯 마리의 모형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와, 40여 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잡아타고 상천역으로 돌아왔다. 걸어서 하산한 사람들과 거의 똑같은 시간이 걸렸다. 상천역 앞 동네 벽화(壁畵)도 볼 만하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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