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새 정부 출범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복권론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 내부 혁신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해 민간 외교에 나설 수 있는 이 부회장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코로나19로 국내 경제가 침체되고 미중 갈등이 겹쳐 연달아 타격이 있던 차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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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3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재용 ‘민간 외교’ 역할론 부각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1월 미국을 방문했다. 삼성의 총수 자격으로 현지 기업인들은 물론 워싱턴D.C의 핵심 정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노력과 한미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열흘 동안 구글, MS, 버라이즌, 모더나 등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만나 협력 강화 및 미래사업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미국 방문은 지난 2016년 7월 선밸리컨퍼런스 참석 이후 5년 4개월 만이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통해 바이오, 차세대 이동통신, 메타버스, AI 등 혁신 기술을 통한 ‘미래 준비’에 본격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또 지난해 미국 방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후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2월 재판이 끝나자마자 휴식도 취하지 않은 채 곧바로 UAE 등 중동으로 출장을 떠났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중동 출장을 통해 석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기에 새로운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2월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5G 및 IT 미래사업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코로나19 해결사…마스크 대란 해소‧백신 확보 물꼬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방역 물품 부족 현상이 빚어질 때도 이 부회장이 해결사로 나섰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통해 관련 물품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해 왔다.
또 2020년 5월부터는 해외 수요가 폭증한 코로나19 PCR 진단키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솔젠트’, ‘코젠바이오텍’은 주당 진단키트 생산성을 70% 이상 향상시킬 수 있었으며,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밖에도 2020년 말 삼성전자는 백신 주사 잔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LDS(Low Dead Space) 주사기’ 생산 기업 ‘풍림파마텍’에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가 30명을 급파했다.
당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는데 LDS 주사기는 ‘협상 지렛대’로 부각됐다. 이를 계기로 백신 도입 협상이 급진전됐고, 화이자 백신 조기 도입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도 중요한 시점…이재용 복권 절실
한국 경제가 위축되지 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와 총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그 선봉장에 서야 할 이 부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사법리스크가 해소돼야 한다는 진단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정농단 재판에 연루됐던 이 부회장은 오는 7월29일 가석방 형기가 만료되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후 5년 간 취업이 제한돼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공식 직함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기술이나 시장 점유율, 수익률 등 모든 측면에서 ‘초격차’가 당연시 되던 메모리 사업에서는 마이크론 등 후발 업체들의 기술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지만, 파운드리는 글로벌 1위 대만 TSMC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휴대폰 사업의 경우 애플과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위태로운 상태다.
기술적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거나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는 대형 M&A도 2016년 하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진행된 것이 없다. 삼성에 있어 현재는 미래 먹거리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고 실제 투자를 시작하는 출발점으로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쟁력 저하는 삼성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 및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 정부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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