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에선 오는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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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
다만 금리 보폭을 급격하게 넓힐 경우 국내 경기 회복세가 꺾일 것을 우려해 당장 빅스텝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 강도가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 시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6일 한은의 통화정책향뱡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 앞두고 이 총재의 빅스텝 언급이 나오면서 시장도 크게 놀란 분위기다. 이 총재의 빅스텝 발언 직후 국채 3년물 금리가 전날 오전 한때 연 3.08%를 넘어서며 채권시장이 들썩였다. 시장에선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을 고려해 한은이 당장 빅스텝보다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첫 단독 회동 직후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향후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월 상황을 봤을 때는 그런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물가와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를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공시적으로 언급한 건 취임 후 처음이다. '빅스텝 필요성'에 선을 그었던 후보자 시절보다 매파색이 강하게 드러낸 발언이란 평가로 시장에선 5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한국은 한 번에 0.25% 포인트를 넘는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도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어서 가계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최소 세 차례에 걸쳐 최대 2.25%까지 인상할 것으로 관측되며, 업계는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은 연내 연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새 0.12%포인트 오르면서 당장 이날부터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주담대 상품' 금리가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5%를 넘어섰다. 코픽스 인상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올린 데 따른 결과다.
기준금리 인상은 취약 차주의 이자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862조원이며, 이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약 76%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그동안 무리하게 대출을 크게 확대했던 영끌족 및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한 신용 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당장 취약차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대내외 여건이 악화됐을 때 취약차주로 전락할 수 있는 잠재 취약차주의 비중은 지난해 말 16.8%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부실이 확대될 경우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취약차주 대출 가운데 비은행권 비중은 지난해 말 60.6%로 비취약차주(39.8%)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취약차주 연체율도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행보와 치솟는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당분간 시장금리도 인상될 가능성이 커 취약차주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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