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제부도(濟扶島)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에 있는 섬이다.
화성시 서신면 ‘송교리’ 해안으로부터 서남서쪽으로 1.8㎞정도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0.972㎢다. 해안선길이 5.3㎞이고, 인구는 600여 명을 조금 넘는다.
제부도란 지명은 제약부경(濟弱扶傾)이라 일컬어지던 사람들에게서 유래됐는데, 그들이 송교리와 이 섬 사이의 갯고랑을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들은 부축하며 건네주곤 했다. 그래서 제약부경의 ‘제’자와 ‘부’자를 따서 제부도라 했다고 전한다.
이 섬은 만조 때는 바닷물에 둘러싸여 완전한 섬이지만, 간조(干潮) 때가 되면 섬과 육지 사이의 땅이 드러나면서 육지와 도로로 연결이 된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奇蹟)’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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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세의 기적' 제부도 바닷길. 오른쪽은 새로 개통된 케이블카/사진=미디어펜 |
육지와 도로가 놓이기 전 제부도는 어업과 농업이 중심인 한적한 섬이었지만, 1980년대 갯벌 위에 도로가 생기고 차량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주말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관광지(觀光地)가 됐다. 1990년대부터 각종 매체에 바닷길이 소개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화성시는 제부도와 전곡항(前谷港) 일대를,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서쪽의 ‘제부도 해수욕장’에는 약 1.4㎞의 해안을 따라, 각종 횟집과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이 해수욕장(海水浴場)은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따뜻한 공휴일엔 캠핑 야영객들로 넘쳐난다. 레저시설에서 놀이기구나 탈것 등을 이용하거나, 바지락 채취 등 갯벌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1980년대 도서지역 개발계획에 따라 제부도와 육지 간 길이 2.3km, 폭 6m인 왕복 2차로 도로를 개설했다. 잠수교처럼 도로가 물에 잠기기 때문에, 만조(滿潮) 시간에는 바닷물에 침수돼 건널 수 없다.
조수 간만(干滿)의 차가 가장 큰 대조기에는 약 3시간 내외, 소조기에는 1시간 내외다. 최장 2~4일 간은 온 종일 바닷길이 열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침수시간이 4~5시간인 때도 있다.
이에 따라, 미리 물 때 시간을 확인하고 가야 한다. 바닷길 진입 전에 있는 통제소(統制所) 전광판에도 그 날의 통행 가능 시간을 표시돼 있다.
바닷길이 닫혔다 열리는 시간대엔 양쪽 진입로가 대기차량들이 적체돼, 교통정체가 생긴다. 편도 1차선의 좁은 길이라,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 및 공휴일 오후에는 양쪽 진입로 병목현상까지 더해져, 차량 대기 줄이 수km에 이르는 극심한 정체(停滯)를 나타낼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2022년 5월 ‘서해(嶼海)랑 제부도해상케이블카’가 새로 생겼기 때문.
서해랑은 제부도와 전곡항을 잇는 2.12km의 해상 케이블카다. 바다 위에서 제부도 바닷길, ‘누에섬’, 해상풍력, 마리나 등을 감상할 수 있고, 아름다운 서해안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부도는 남북으로는 2.3㎞ 동서로는 1㎞ 내외이고, 최고봉은 ‘탑재산’으로 66.7m이다. 또 남동쪽 구릉에는 해발 62.4m의 당산(堂山)이 있다. 섬 북쪽으로 ‘대부도’·‘선감도’·‘탄도’·‘불도’ 등의 섬들이 있다.
무려 20 몇 년 만에, 이 섬에 들어가 볼 기회가 생겼다.
사당역(舍堂驛)에서 1002번 버스를 타면, 전곡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우리는 승용차로 케이블카 터미널로 바로 향했다.
서해랑 터미널은 발음이 비슷한 호랑이 표식을 달았다. 케이블카 요금은 일반이 왕복 1만 9000원 좀 넘는다. 꽤 비싼 편이지만, 타보면 후회는 하지 않는다.
케이블카 안에서는, 전곡항 주변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박(碇泊)한 요트들이 많다.
반대편에서 케이블카들이 달려온다. 서로 교차하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바로 앞서가는 것은 바닥이 투명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급 차량이다. 그 아래로 작은 섬이 보인다.
왼쪽 아래엔, 갯벌 가운데 모세의 기적 신비(神秘)의 바닷길이 굽어보인다. 많은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힘겹게 왕래하고 있다. 편하게 케이블카로 가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제부도에 도착했다. 해변길을 걷기 시작했다.
섬 남쪽 끝, 제비꼬리 같이 삐죽 나온 지점이다. 요트 체험장도 보인다. 갯벌에는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도로엔 조랑말이 끄는, 멋진 마차(馬車)가 달려온다.
제비꼬리를 돌자, 바로 해수욕장이다. ‘Jebudo’ 조형물이 반겨준다. 멀리 갯벌 안쪽엔 ‘매바위’가 날카롭게 솟았다.
매바위는 이 해안의 상징이다. 약 20m 높이의 기암괴석이 마치 매의 부리 같다. 큰 것이 ‘신랑(新郞)바위’, 작은 것은 ‘각시바위’이고, 그 앞의 바위는 ‘하인바위’다. 보는 각도에 따라 서쪽을 바라보며 노을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먹이를 노리고 앉아 있는 매로도 보인다.
그 사이 해수욕장은 온통 텐트들로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토요일 오후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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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부도 해수욕장/사진=미디어펜 |
조형물 그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걷는다. 백사장(白沙場)에 들어섰다.
이제 밀물 때다.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오른쪽 위 도로변에는 횟집과 펜션, 민박 사이로, ‘제부 놀이 동산(童山)’이 있다. 놀이기구들마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어느새 모래사장은 바닷물로 뒤덮였다. 황급히 길 위로 올라왔다.
제부도의 최고봉 탑재산이 눈앞에 우뚝하다. 그 밑을 돌아가는 해변 데크길이 뻗어있다.
서부 해안 매바위에서 이 데크 해안산책로까지는 해안사구(海岸砂丘)다. 파도에 밀려온 모래들이 쌓여 사빈(모래톱)이 발달했고, 다시 바람에 육지 쪽으로 실려와, 높게 퇴적된 해안사구가 생성됐다. 높은 곳은 약 2m에 이른다.
해안사구 표면에는 해안선과 비스듬한 각을 이루는, 비대칭형 물결 모양이 관찰된다.
데크 길 오른쪽, 탑재산 밑 절벽에는 ‘선캄브리아시대’ 규암(硅巖)의 벌어진 틈을 따라, 위쪽의 퇴적물이 아래로 쏟아져 만들어진, ‘퇴적형 쇄설성 암맥’이 나타난다. 이곳의 암맥(巖脈)은 크기가 다양한 둥근 자갈들로 이뤄져 있으며, 폭 약 30cm, 길이 5m 이상으로 큰 편이다.
오른쪽 위로 탑재산 오르는 계단이 있지만, 우선 해변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해식애(海蝕崖)에 노출된 규암을 뚫고, 밝은 색 석영맥(石英脈)들이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지하 마그마의 열수작용과 열수광화작용(熱水鑛化作用), 광맥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지질유산이다.
데크 길 곳곳에, 다채로운 조형물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바다에는 요트들이 한가롭다.
이 해안산책로(海岸散策路)는 길이 1km, 폭 1.5m로, 선창에서부터 탑재산 주변을 돌아, 해수욕장 앞 일명 ‘말머리’까지 이어진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으로, 해안을 둘러볼 수 있고, 중간 중간 바닷가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으며, 포토 포인트도 여럿 있다.
가족끼리,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걷는 길이다.
저 앞에 제부항(濟扶港)이 보인다. 전곡항과 함께, 경기도 내 5개 지방어항 중 한 곳이다.
방파제 옆으로 ‘피싱피어’가 길게 이어져있다. 피싱피어는 바다 위에 설치된 77m 길이의 다리로, 바다와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낚싯대를 던지는 강태공(姜太公)들의 천국이다. 낚시만이 아니라 다양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제부도의 명소다.
방파제(防波堤) 끝에는, 또 다른 제부도의 명물 ‘빨강 등대’가 우뚝하다.
이 등대의 정식 명칭은 ‘제부도항 방파제등대’다. 높이 9.3m의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4초에 1번씩 불빛을 비추며,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들의 뱃길을 인도해주는, 해상교통안전시설물이다.
등대 앞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니,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인다.
‘제부 어촌체험(漁村體驗) 마을’을 지나 ‘아일랜드 펜션’을 돌아가면, 탑재산 등산로가 있다.
산길 입구 옆에는 사각정자 지붕을 갖춘, 둥근 우물도 보인다. 이 섬에서 처음 숲길로 들어섰다. 제법 가파른 산길이다.
하지만 조금 오르니, 산 중턱에 ‘하늘둥지’라고, 포근한 새 둥지처럼 조성된 아늑한 쉼터가 나온다. 여기 조망도 제법 볼 만하다. 제부항과 등대(燈臺) 피싱피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조금 더 오르면, 곧 정상이다.
정상은 양쪽으로 조망이 탁 트여, 시원한 풍광을 자랑한다. 왼쪽은 제부항이, 오른쪽에는 대부도(大阜島)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송전탑과 송전선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가운데 앙증맞은 돌탑 옆으로, 하산길이 나 있다.
좀 더 내려가니, 바위 위로 또 귀여운 돌탑이 나타난다. 숲길은 ‘계절의 여왕(女王)’ 5월의 신록으로 가득하다. 잠시 후, 다시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해수욕장 전체가 잘 내려다보인다.
다시 상점가로 내려와, 왼쪽 길로 나왔다. 여긴 섬 안길이다.
‘양지리조트’ 옆으로 나오니, 전원풍경(田園風景)이다. 배롱나무에 꽃이 피었다.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오고, 또 다른 화려한 꽃이 여름부터 가을까지 100일 간 피어 ‘나무 백일홍(百日紅)’이라고도 불리는, 신통방통한 녀석이다. 듬성듬성 꽃나무를 심은 밭 옆을 지났다.
머지않아, 다시 반대편 해변가다.
도로변 횟집은 ‘황포(黃布) 돛대’란 간판을 달았다. 저 앞에 요트들과 함께, 해양경찰 경비정이 육지에 올려져있다. 잠시 더 길을 따라가면, 서해랑 케이블카 제부도 터미널이 보인다.
다시 케이블카를 잡아타고 제부도를 빠져나와, 전곡항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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