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철폐로 책임의식 높여야…괴담 난무 정치투쟁으로 변질

   
▲ 박종운 연구위원
초대형 해상교통사고 – 세월호 참사 되짚어보기

지난해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초대형 해상교통사고가 났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6835톤 세월호 여객선이 진도 앞바다 맹골수로에서 항해사와 조타수의 잇따른 변침 실수로 그만 침몰하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들 304명(사망확인자 295명, 실종자 9명)이 안타깝게 숨지고 말았다. 정말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이 나라 장래를 걸머지고 나갈 사람들 중의 일부라는 점에서 학생들을 위시해서 이 사고로 숨져간 사람들에 대한 국민적인 애도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희생된 것은 아니지만, 성금도 많이 모였고, 각각의 유가족에게 8억에서 10억의 보상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어찌 돈으로 사람 목숨 값을 환산할 수 있을까만은, 그동안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금이 최대 1~2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에 국민들의 애틋한 정이 그만큼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국민적 국가적 배려가 컸던 것 같다.

이 초대형 해상교통사고의 구체적 진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학생들과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하고, 자신들만 몰래 먼저 빠져나왔던 세월호 이준석 선장 및 일부 선원들의 행태에 국민들의 분노가 모아졌다. 화물고박을 소홀히 하고, 화물을 과적하고, 또 화물과적 때문에 평형수를 부족하게 넣는 등 관계자들의 잘못에도 질책이 쏟아졌다. 특히 화물과적이 가능하도록 증축을 허가해주고, 평형수 부족 등을 제 때 견제하지 못한 안전관계자 들에게도 질책이 쏟아졌다. 궁극적으로 ㈜세모의 실질적 소유주인 유병언 씨가 그의 재산으로 사고의 뒷감당을 해야 한다고 여론이 모아졌다.

비록 유병언 씨는 도망다니다가 순천의 어느 밭에서 객사한 채로 발견되었지만, 그의 아들은 체포되었다. 이후 책임 있는 당사자들은 모두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초대형 해상교통사고는 국가의 재난대응 체계에도 많은 반성거리를 던져주었다. 우선 일원화되지 못한 지휘체계가 많은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그 다음으로 아무리 많은 배와 비행기들이 있어도 현장에 접근하여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배와 헬기는 한정되어있음에도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배와 헬기가 사태를 잘 수습할 수 있는 것 같은 기대를 근거없이 부풀려 실망을 더 크게 만들었다.

세 번째로 가장 먼저 접근했던 해경 제123정조차도 신속하게 세월호에 접근하여 민간 어선들과 협력하여 세월호 밖으로 탈출한 사람들 172명을 구한 것으로 ‘기본’을 하기는 했지만, 선실내로 들어가서 구조작업을 할 수 있는 산소통 및 잠수장비를 미처 갖추지 못했기에 그 이상의 구조를 하지 못했다. 또 바다에서의 특성상 사법적 전권까지 가지게 되어 있는 사람인 세월호의 선장 이준석에게 비상탈출조치를 어떻게 취했는지 물어보고 그에게 세월호 내에서의 탈출 지휘를 종용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채, 묻지마 구조를 해버리는 초보적 구조 실수도 저질렀다.

재난에 대한 이러한 대처 미흡은 ‘해경 해체’라는 무리수까지 불러왔다. 다만 재난 대비 지휘체계의 일원화라는 점에서 국가안전처가 설립된 것은 향후 비슷한 사건 사고 발생시 일사불란한 대응을 위해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엉뚱한 책임전가 – 도대체 어떤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가

일회성 재난 시에는 일원화된 단위 지휘체계가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사태를 수습하여야 한다. 설령 지휘부가 속한 조직에서 그의 상급자라 할지라도 이런 경우에는 지원부대적 성격 외에는 없기 때문에 사태수습 지휘부에게 수습에 우선 신경을 쓰도록 하고 보고를 채근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사태수습지휘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확인되고 통일된 보도가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세월호 사고의 경우에는 수습 지휘부가 일원화되지 못했고 보도 서비스가 일원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저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전하다보니 초기의 전원구조 오보에서부터 사망자 수가 계속 오락가락하며 불신을 자초했다.

그래서 세월호 교통사고는 초장부터 온갖 잘못된 정보와 억측이 난무했다. 초기에는 에어포켓이 있으니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분석으로부터 시작하여, 홍가혜 씨가 잠수사 투입계획에 지원을 하고 차분히 기다리기보다는 방송인터뷰에서 민간 잠수사를 자처하며 민간 잠수사들의 잠수를 가로막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리는 것에서 절정에 달했다.

거칠고 빠른 맹골수로에서 목숨을 내걸고 애쓰는 사람들 뒤에서 총질을 한 셈이었다. 그 뒤에는 JTBC의 손석희 앵커가 알파잠수 이종인 씨를 불러내어 감압장치등도 없이 그저 깡통에 불과한 다이빙벨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데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도록 해서 불신을 더욱 조장했다. 혼선이 극대화되었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은 나중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타고 아니나 다를까 본격적으로 유언비어 선동 세력이 등장하였다. 그들은 세월호가 국정원 소유의 배였고, 정국전환을 위해서 일부러 수장시켰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나아가 대통령이 지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를 못한 것처럼, ‘대통령의 7시간’에 모든 책임이 있는 듯이 몰고 갔다.

그 시간에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를 따지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7시간’에 책임을 묻는 것은 수백 척의 선박 및 함정과 수많은 헬기가 몰려갔음에도 좁은 지역에서의 사태수습에는 대개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필요한 몇몇 배와 헬기 외에는 대개는 대기에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해경이라는 현장 수습지휘부의 통제와 자원동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경의 지원요청을 거부했던 것이라면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으되, 대통령이며 총리며 장관들이며 도지사가 달려와서 그때마다 보고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사태수습에 방해가 되는 일도 없기에, 책임론 차원에서 보자면 이는 부적절한 책임전가다.

세월호 해상교통사고 1주년이 되었는데, 일부 세력들은 아직도 진실을 규명하자고 한다. 진실 규명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진실인가? 진실은 법정에서 이미 충분히 다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저마다 자기 책임을 덜려고 책임이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편이지 않은가? 누가 은폐를 하는가? 그럼에도 진실을 인양하자고 하면서 진실이 바닷 속에 숨겨져 있는 듯이, 책임이 청와대에 있는 듯이 사람들을 호도한다.

광우뻥 괴담에 이어 이번에도 누군가가 마치 세월호 뻥 괴담을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준석 선장이 있는 감옥이나 유병언 일가가 있는 곳으로 항의하러 가지 않고 청와대로 행진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더욱 모순된 것은 그렇게 만나고자 하던 대통령이 정작 팽목항을 방문하면 만나서 대화도 하려 하지 않고, 아예 분향소를 닫아 걸고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또 새누리당 대표의 안산 분향소 방문도 가로막는다. 비록 안타깝기 그지없는 초대형 참사였지만, 이처럼 교통사고를 가지고 정치투쟁의 소재로 삼을 생각을 한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비록 ‘모진 소리’는 듣지 않겠지만, 차갑게 외면받기 쉽다. 이미 지난 해에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이슈를 활용했던 새민련이 지방선거에서 지난번 선거 때보다 더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보궐선거에서 더 크게 활용하자 그때는 더 크게 패했다. 그 결과 당대표들이 퇴진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이는 시종일관 도와주고 애도하는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나아가 거기에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다른 판단을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잘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진도 팽목항의 모습./사진=미디어펜
보다 안전한 나라를 위해서는? - 각종 규제철폐와 책임의식 향상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해상교통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의 여론은 안전한 나라 만들기로 모아졌다. 국민안전처 출범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조치들이 취해졌다. 공직자들의 유관 단체 취업도 많은 제한이 가해졌다. 안전규정에 대한 집중 점검이 행해졌다.

그러나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자율과 책임 의식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각자가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자가 혼자서 안전하지 못한 일에 대해 항의하기 어렵다면, 노조라면 그것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작년 이후 노조는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반대해왔지만, 정작 안전을 위한 캠페인은 벌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세월호 해상교통사고 이후 고속도로에서 입석으로 운행하는 버스 행태를 개선해야겠다는 반성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운전기사도 입석승객을 거절하지 못했다. 노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거절하려니까 행정기관도 이를 만류했다. 결국 2층버스를 투입하기에 이르렀지만, 바로 ‘안전’으로 직행하지는 못했다.

혹자는 안전을 강조하면 사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요즈음은 기업을 해도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제조물의 잘못에 대한 피해를 확실하게 보상하게 되어 있다. 하물며 인명에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로 인해 사업을 경영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문제는 시장자유화의 방향에서 규제철폐로 해결해야 한다. 교통과 관련해서는 그중에서도 요금규제 철폐, 노선 독점권 폐지가 중요하다.

세월호 같은 경우도 요금 규제가 없었다면 제대로 요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당초에 무리한 증축이나 화물과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무리를 범해서 사고가 난다면 회사가 망할뿐더러 기업가 자신도 재기를 하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무슨 권력형 흑막이 있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무현 정권 하에서 2000억 원의 빚을 탕감받고 재기한 저력을 발휘했던 유병언과 같은 권력형 기업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다.

아니 그런 권력형 기업가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권한을 관료들이 틀어쥐고 있는 요금인가제와 독점권 제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부득이 노선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그 노선에 대해 주기적으로 공개경쟁 입찰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요금인가제 철폐 및 요금 자유화가 도서 벽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도서 벽지 주민들에 대한 교통비 보조를 하는 쪽이 낫다. 최고가격제를 통해 선사의 부담으로 행정문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시장가격제를 하되 국가의 보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요금인가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요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배의 경우에는 이미 항공기가 대체교통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조차도 저가항공기가 생기면서 요금이 많이 내려갔다. 선박의 경우 요금을 시장원리대로 자유화한다고 해서 요금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권 행사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 원리에 따라 정상화되면, 기업가의 책임의식도 한결 커질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봉사를 통해서 이윤을 얻는 기회를 ‘소탐대실’로 인해 놓치고 싶어할 기업가는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처럼 시장자유화의 방향에서 규제를 철폐하고 책임의식을 더 크게 가지도록 하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의 길이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