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재작년부터 일었던 증시 열풍으로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등장이 큰 화제를 모았지만, 최근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이들이 급격하게 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증권사들은 여전히 해외주식과 관련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고객군이 감소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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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이들이 급격하게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3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된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잠잠해지면서 증권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 아예 이탈해버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4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해외증권투자가 8107억달러 규모를 기록해 이전 분기 대비 240억달러 감소했다.
한국인들의 해외 증권투자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그러니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주식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던 시점 이후 처음이다. 그때만큼 주식이 쉽게 오르지 않고, 환율 변동성도 크게 높아지면서 해외주식 투자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증권사들의 해외증권 수탁수수료 수익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1분기 말을 기준으로 키움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의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금액이 많게는 절반 수준으로까지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키움증권의 경우 1분기 수탁수수료 수익이 33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3%나 급감했다. 이밖에 삼성증권도 40%대 감소율을 기록했고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들도 20~30%대 감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서학개미’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증권사들로부터 큰손 대접을 받았다. 트렌드에 밝고 매우 스마트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 연령대가 젊어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증권사들로서는 큰 메리트도 손꼽혔다. 최근 들어 서학개미들을 잡기 위한 이벤트들이 많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벤트의 대상이 되는 서학개미들의 숫자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군 자체가 감소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여전히 이들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은 지난 2월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출시 후 55거래일 만에 거래대금 1조원을 넘겼다.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주식 종목별 증거금 제도를 도입했다. 해외주식을 거래하려면 일괄적으로 100% 증거금이 필요했으나 종목별로 일부 증거금만 내고 거래할 수 있는 종목별 증거금제를 선택하면 차입 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울러 미래에셋은 미국 나스닥 상장 종목에 대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각각 10개씩 보여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밖에도 여러 서비스들이 출시됐거나 출시될 예정이지만 여러 자료들은 고객들이 해외주식 투자에 흥미를 잃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변동성 장세로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많이 무너진 게 사실”이라면서 “창의적인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경쟁이 다분히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를 여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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