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3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무력도발 다음날 관영매체에 공개하던 관행과 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북한은 5월에만 모두 4차례 도발하면서 4번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4일 ICBM,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2일 초대형방사포(KN-25)를 발사했다. 그리고 5.25 도발로 ICBM ‘화성-17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두 발을 섞어서 잇따라 발사해 한미일을 동시 타격하는 전술 핵능력을 실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3월 25일에만 해도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등장해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고편을 연상케 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홍보영상까지 공개한 바 있다. 이번 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섞어 쏘기가 한미에 전략적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한데도 북한은 선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윤석열정부 들어 ‘전략적 모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7차 핵실험을 앞두고 대외적으로 긴장수위를 높여 선전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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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을 지휘한 군 장성들을 만나 격려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2.4.30./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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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북한이 아직까지 화성-17형의 개발 단계에 있어 아직까지 성능 테스트 중이므로 굳이 알릴 필요가 없고, 완성체를 발사할 때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앞서 북한이 3월 16일 화성-17형을 쐈다가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적이 있고, 3월 24일에는 화성-15형을 쏘고 화성-17형이라고 위장했다는 평가가 나와 있다.
북한이 앞서 성공한 화성-15형은 엔진 2개를 묶은 반면 지금 개발 중인 화성-17형은 엔진 4개를 묶어 더욱 강력한 추력을 내는 것이므로 추력제어기술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군 당국은 25일 발사된 화성-17형의 경우 1단 연소가 정상적으로 됐고, 이후 분리된 것으로 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놓고도 보도하지 않는 행태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미사일 발사 그 자체와 발사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때그때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군사적 수요와 대내외 정치적 고려가 함께 있다. 사실 정치적 셈법이 더 크게 고려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예단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 대내 상황에 대한 정치적 평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전염병 극복을 위해 중국 의약품과 의료인력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국의 심기를 가능한 한 덜 불편하게 하려고 최근 발사한 미사일의 제원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것 같다”는 분석과 함께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핵실험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이 아닌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공개를 자제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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