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관련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탄소국경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제도 적용 범위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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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컨테이너 항만./사진=부산항만공사 |
EU집행위원회가 만든 초안에는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 등의 품목만 제시됐으나, EU의회가 여기에 플라스틱·수소·유기화학품을 비롯한 5개 품목을 추가한 것이다.
이들 품목이 한국이 유럽에 수출하는 주력상품군에 속할 뿐더러 전력생산에 따른 간접배출을 '입국 심사'에 활용하려는 것도 국내 업체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한국이 1킬로와트시(kWh) 발전을 위해 배출한 이산화탄소(CO2)는 472.4g으로, EU(215.7g) 및 캐나다(123.5g) 등에 비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가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석탄발전소들은 4만8263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만들었다. 이는 전체의 31.6%로 가장 많았으며, 봄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상한제약이 풀리고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접어들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스발전도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한 설비용량을 토대로 29.8%(4만5593GWh)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에너지원의 비중이 높아져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도 원전 비중이 30%대 중반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발전설비가 원자력 보다 많지만, 점유율이 한 자릿수(8.1%)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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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동국제강 당진공장, 세아제강 포항공장. /사진=각 사 |
업계는 탄소 감축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전력사용을 줄이는 형태가 이어지는 것은 산업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한국의 저탄소 에너지 관련 특허 출원 건수가 중국·일본 보다 적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020년 8만여건의 특허를 출원한 반면, 한국은 3000여건에 머물렀다.
규제애로도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폐기물관리법상 포집된 CO2는 폐기물로 분류됐기 때문에 관련 인·허가를 취득해야 하고, 재활용 용도도 일부 화학제품으로 한정된 탓에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개발해도 사업 추진이 힘들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감축한 온실가스 물량을 국내 배출권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설파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하면서 국외 감축량 목표를 2배 이상 확대했으나, 상쇄배출권 활용 한도가 10%에서 5%로 축소되면서 해외에서 관련 사업을 벌일 동기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열분해유 사업도 대기배출허용총량제 등에 막히는 실정"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는 지구 전반에 퍼진다는 점에서 장소를 따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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