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가상자산 향하던 유동자금, 은행권 예·적금 러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추가 인상하면서, 금리가 연 1.75%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은행권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최대 0.70%p 인상한 것인데, 일부 상품 금리는 최고 연 3~5%를 기록했다. 주식·가상자산 시장 부진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은행권으로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시장금리 상승 및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40%p, 적금 금리를 최대 0.4%p 각각 인상했다.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은행권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우선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정기예금 및 적립식 예금 등 36종에 금리인상을 적용한다. 대표 정기예금인 'S드림 정기예금' 금리는 만기별로 0.20~0.40%p 인상된다. 대표 적립식 상품인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의 1년 만기는 최고금리 연 4.6%로 변경된다. 또 서민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적립식 상품 '신한 새희망 적금'은 금리가 0.30%p 인상돼 최고 연 5.0%가 적용된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예·적금 등 총 22개 수신상품 금리를 최고 0.25%p 올린다. 금리인상에 따라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과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은 1년 만기를 기준 최고 연 2.95%에서 연 3.20%로, 3년 만기 기준 최고 연 3.25%에서 연 3.50%로 각각 0.25%포인트 상향한다.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고금리를 적용받는 '369 정기예금' 1년제는 최고 연 2.05%를 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도 이날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연 0.25∼0.30%p, 적금 금리를 연 0.25∼0.40%p 인상한다. 

우리은행은 22개의 정기예금과 16개의 적금 금리를 지난 27일부터 0.10~0.40%포인트(p) 인상했다. 예금의 경우, 비대면 전용상품인 '우리 첫거래우대 예금' 금리를 최고 연 2.8%에서 연 3.1%로, 'WON 예금'을 최고 연 2.30%에서 연 2.50%로 각각 상향 조정됐다. 

적금의 경우, 비대면 전용상품인 'WON 적금' 금리를 최고 연 2.80%에서 연 3.00%로, '우리 으쓱(ESG) 적금'을 최고 연 2.65%에서 연 2.90%로 각각 조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에 맞춰 전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한다"며 "서민들의 자산형성에 보탬이 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방은행권에서는 BNK부산은행이 오는 31일 수신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지난 4월 최대 0.40%p에 이어 0.30%p 추가 인상이다. 예금 상품은 0.15~0.25%p 인상한다. 우대이율을 고객이 직접 선택해 가입·변경할 수 있는 'BNK내맘대로 예금' 금리는 1년제 기준 최고 연 2.15%에서 연 2.40%로 0.25%p 인상한다. 

적금 상품은 0.20~0.30%p 인상한다. 대표적으로 월드엑스포 부산유치 기원 상품인 '2030부산월드엑스포적금' 금리는 3년제 기준 최고 연 4.30%에서 연 4.60%로 0.30%p 인상한다. 부산은행은 나머지 1년제 이상의 예·적금 상품들도 0.25%p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수신금리 인상에 나선다. 케뱅은 다음달 1일 대표 예금상품인 '코드K정기예금' 금리를 기간별로 최대 연 0.70%p 인상한다. 

가입기간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은 연 2.40%에서 연 3.00%로 연 0.60%p, 2년 이상 3년 미만은 연 2.55%에서 연 3.20%로 연 0.65%p, 가입기간 3년은 연 2.80%에서 연 3.50%로 연 0.70%p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불입기간 1년 미만의 경우, △3~6개월 연 1.80%(0.1%p↑) △6~12개월 연 2.30%(0.3%p↑) 각각 인상한다. 

특히 시중은행과 달리 가입기간만 충족하면 별도의 우대조건을 갖추지 않더라도 3%대 금리를 제공해 눈길을 끈다. 케뱅은 가입 후 14일 이내 금리가 오르면 오른 금리를 소급일로부터 적용하는 '금리보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령 지난 19일부터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금리 인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2.50%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주식·가상자산 등을 기웃거리던 유동자금이 은행권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5%대의 물가 상승률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까지 빅 스텝(한번에 0.5%p 기준금리 인상)을 두세 차례 더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시장에서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7·8·10·11월) 중 세 차례(7·8·10월)의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이 금전신탁, 머니마켓펀드(MMF) 등에서 자금을 빼 정기 예·적금 등에 넣으면서 3월 통화량은 약 4조원 줄었다. 금융상품 중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에만 8조 2000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총잔액은 709조 7060억원으로 지난달 말 697조 7223억원으로 3주 만에 11조 9837억원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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