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제도 잘못 운용했을 경우 '무효'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아냐...오용 말아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일부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자체를 폐지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기업 현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임금피크제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를 잘못 운용했을 경우 무효인 것인데, 이를 빌미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노동 개혁’의 첫 걸음으로 시행한 제도다. 정부가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청년들의 취업문이 좁아지는 것을 우려해, 임금피크제라는 제도를 통해 청년 고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지난 26일 대법원이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에서 금지한 연령차별을 하는 임금피크제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령자고용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자를 나이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대법원은 특정 나이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이기 때문에 고령자고용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 이후 대기업 노조들은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일부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자체를 폐지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기업 현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26일 사측에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해왔던 삼성전자 노조도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목소리를 더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당시 만 55세부터 전년보다 임금을 10%씩 깎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만 57세부터 5%씩 줄이는 것으로 임금 감소율을 낮춘 상태다.

2007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LG전자의 임금피크제는 만 58세부터 정년 60세까지 3년 동안 전년 대비 임금이 10%씩 삭감되는 구조다.

현재 임금피크제는 300인 이상 사업체 중 54%가 시행 중이다. 또 정년제를 도입한 사업장 약 35만개 중에는 22%가, 임금이 비교적 높은 금융권은 67%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법원의 판단으로 상당수의 사업체가 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차별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지, 임금피크제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노조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이번 대법원 판단에 대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 등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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