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시장경제 없었던 한반도에 '진화의 씨앗' 뿌려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시장경제 차원에서 집중 조명하는 연속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우남 이승만의 도덕철학과 시장경제”라는 주제로 3차 토론회가 개최됐다.

발제자로 참석한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은 ‘우남 이승만과 시장 경제’라는 주제에 대해 "생물학적, 역사적, 인류학적 통찰과 상상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우남 이전 한반도에는 현대적 시장경제 체제가 존재한 바 없었다는 진실을 절감할 때만 이 주제에 대한 전체적 함의가 드러난다"고 밝힌 그는 '도덕경'부터 서양철학서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헌들을 폭넓게 인용하며 이승만 사상의 본질을 밝혔다.

아래는 박성현 주필의 발제문 전문이다.

   
▲ 1949년 12.24일 이승만 기자회견 <경향신문>

지도자를 두고 “그 사람이 경제발전에 무슨 역할을 했습니까?”라고 묻기는 쉽다. 이 질문에는 이미 ‘경제’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전제하고, 그 아래 차원, 그보다 구체적 차원에 속하는 문제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법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시스템의 형성’에 무슨 역할을 했습니까?”라고 묻게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 물음은 ‘시스템’을 정의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자는 시스템을 전제로 깔고 있는 질문임에 반해 후자는 ‘시스템’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는 질문이다. 전자는 우리가 익숙하게 그 내부에서 살아가는 시스템의 인프라(infra- ‘내부’)에 관한 질문임에 반해, 후자는 우리로 하여금 일상의 경험을 초월하여, 시장 경제를 ‘바깥으로부터’ 살펴보도록 요구하는, 메타(meta- ‘넘어선’) 차원의 질문이기에, ‘시장 경제 체제’를 넘어선 생물학적, 역사적, 인류학적 조망을 요구한다.

‘우남 이승만과 시장 경제’라는 질문이 어려운 주제인 까닭은, 이 질문 자체가 생물학적, 역사적, 인류학적 통찰과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남 이전 한반도에는 현대적 시장경제 체제가 존재한 바 없다”라는 진실을 절감할 때만 이 질문의 전체적 함의가 드러난다.

시장의 기원

흔히 시장을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맞는 관점이다. 단 ‘발생’(genesis) 및 기원(origin)에 관해서만 자연적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시장은 20억 년 전 ‘자연’ 속에서 발생했다”라는, 약간 엉뚱한 착상에서 출발해 볼 것을 주장한다. 우리가 워낙 시장 체제 속에 매몰되어 살고 있기 때문에, 시장 체제를 넘어선 관점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우리의 시공간적 조망의 높이(height of perspective)를 높게 끌고 올라갈 필요가 있다. 이왕 높게 끌고 올라갈 것이라면 한 20억년 정도의 시공간적 스팬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진핵생물을 시장의 오리진으로 보는 까닭은, 진핵생물(Eukaryote)의 등장에 이은 성(sex) 분화에 의한 생식이, 시장 모델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성 분화에 의한 생식이야말로, 시장의 ‘자연적 원형’(natural archetype)이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에 있어 ‘성 분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들’의 진술을 잠시 들어 보자.

“성 분화에 의한 번식은, 대립형질이 잠복했다가 발현되도록 만들어 주며, 개체의 다양성을 신장시켜주며, 열성 변이를 제거해 줌으로써 생명으로 하여금 번영토록 만들어 준다. “

성 분화는, 개체 사이의 역할의 분담(암컷과 수컷의 분화/분업), 개체 (암컷과 수컷) 사이의 소통과 협조, 권리(‘섹스할 권리’)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패배와 승리…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프로세스를 수반한다. 분업, 소통, 협조, 권리, 경쟁, 승부…이는 시장에서 인간이 겪고 몸부림치는 과정, 그 자체 아닌가!

자연이 성 분화를 통해 형질 보존, 개체 다양성, 열성 변이 제거에 도달하듯, 인간은 시장을 통해 형질 보존, 개체 다양성, 열성 변이 제거를 달성한다. 시장은 유성 생식의 사회적 버전이며, 유성 생식은 시장의 자연적 버전이다. Market is the social analogy of sexual reproduction; sexual reproduction the natural analogy of market.

‘섹스와 도시’(Sex and the City)라는 미드를 시청하는 짬짬이, ‘섹스와 시장’(Sexuality and the Market)이라는 화두를 타고 20억년의 시공간을 여행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장의 진화

이렇듯 시장의 기원은 ‘자연’이다. 기원을 ‘시작점’이라 본다면 20억 년 전 진핵생물이 그 기원이라는 점에서 ‘자연’이며, 기원을 ‘원초적 에너지’라 본다면, 호모 사피엔스의 욕망이야말로 시장을 돌려내는 원초적 힘이라는 점에서 ‘자연’이다.

그러나 이는 기원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원 이후의 과정, 즉 시장의 진화와 발전은 전혀 자연적이지 않다. 시장의 진화와 발전은 인위적이다. 이때 ‘인위적’이라 함은, “인간의 목적의식적 선택과 실천에 속한다”는 뜻이다.

만약 시장이 ‘자연적’으로 진화, 발전하는 것이라면, 지난 2천 5백 년 동안, 중국이 세계 문명, 세계 문화를 압도적으로 지배, 리드하는 유일한 선진 문화였어야 마땅하다.

현대문명 이전에, 수 억 명의 인구가 단 하나의 문자, 단 하나의 척도, 단 하나의 상위 법률 속에 단 하나의 경제권을 꾸준히 이루어 온 단 하나의 지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공통의 문자, 척도, 상위 법률 체계를 가진 단일 경제권이야말로 ‘시장 발전’을 위한 필수적 토양 아닌가! 지난 2천 5백년 동안 이 토양이 가장 풍부하게 발전했던 지역이 바로 중국 대륙 아닌가!

그러나 중국에서의 ‘시장의 발전’은 현대 시장 체제에 결코 도달하지 못 했다. 인간을 노예 이하의 상태(노예는 최소한 주인에 의해 의식주를 해결 받는다)로 만드는 가혹한 착취,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주기적 기아, 무지몽매한 대중, 미신에 의해 억압된 이성, 위생 및 청결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생활양식, …이런 것들이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전통사회 바깥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못 했다.

현대 시장은 ‘제도적 선택’의 연속이다

현대 시장 체제는 일정한 정치철학, 도덕철학에 바탕한 선택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하다못해 일본의 ‘기형적인 현대 시장 체제’를 만들어 낸 메이지 유신만 해도 당시로서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 ‘지식인 집단의 각성 및 선택’에 의해 집행되었다. 후키자와 유키치, 사카모토 료오마, 시부사와 에이이치로 대표되는 메이지 유신의 멘탈은 70년 가까이 일본을 이끌어, 다이조 데모크라시를 꽃피운 다음에야 붕괴했다.

그 붕괴된 폐허를 완전히 장악한 것은, 1936년 2. 26 청년장교반란사건으로 상징되는 ‘침략적 천황 전체주의’이다. (물론, 미카도이즘—침략적 천황 전체주의—의 기본 속성은 이미 메이지 유신 안에 내장되어 있었다. 이 속성은 후키자와 유키치의 멘탈이 남아있던 60~70년 동안 내내, 때로는 맹렬하게, 때로는 수그러진 형태로 후키자와 유키치의 멘탈을 전복시키려 시도하며 이어졌다)

또한 하다 못 해, 또 하나의 ‘기형적 현대 시장 체제’를 만들어낸 프러시아 근대화만 하더라도 (프러시아 근대화는 1871년 독일제국의 형성으로 일단락된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정치철학적 도덕철학적 각성 혹은 몸부림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정신적 에너지가, ‘독일 뽕’(독일인들이 스스로의 성취에 의해 나르시시즘에 빠진 상태, Deutsche uber Alles)을 심하게 맞고 근사하고 화려한 음악으로 표출된 케이스가 바로 바그너이다. 일찍이 니체는 ‘바그너라 불리는 정신병리학적 케이스’(‘바그너 케이스’)란 소책자를 썼지만, 이 제목을 우리 느낌에 맞게 번역하면 ‘독일 뽕 환자 바그너’가 된다.

프랑스에 있어 현대 시장 체제는, 단두대와 나폴레옹으로 상징되는 피비린내 나는 선택에 의해 형성되었다. 워낙 피 냄새가 짙게 배어, 프랑스의 현대 시장 체제의 유전자 안에는 프랑스 특유의 ‘비틀린 배배꼬임’(French Kinkiness)이 똬리 틀게 되었다.

그 결과, 현대 철학, 수학, 과학문명의 발원지였던 프랑스는 지난 2백년 동안, 자연자원, 농업자원, 조상의 유적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2류 국가, 3류 국가로 전락해 왔다. 지금 프랑스를 요약해서 표현해 주는 대명사는 포도주, 치즈, 관광이다. 그 ‘관광’이 ‘섹스관광‘이라는 복합어로 ‘진화’하지 않으면 다행일 지경이다.

그렇다면 영미는 과연 자연에 의해 시장이 발전한 케이스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영미의 현대시장 체제게 ‘자연스러운 진화, 발전’인 듯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의 선택이 일관되고 지혜롭고 치밀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인간의 교양과 지식을 넓히겠다”는 욕망에 의해 서유럽에서 최초로(9세기?) 성경 번역이 이루어진 나라이며 (16세기 마르틴 루터가 아니다!), 12세기에 대주교가 모국어로 김홍도 풍속화에 준하는 세상 이야기를 쓴 나라이며, 13세기에 인신구속적부심(Habeas Corpus)에 관한 원칙이 논의된 나라이며, 세익스피어와 뉴튼이 배출된 나라(16, 17세기)이며, 현대 문명의 교만을 꼬집은 걸리버 여행기가 쓰여진 나라이며(18세기), 현대 과학 방법론이 창시된 나라이며(17세기), 명예혁명에 의해 입헌군주제(상징으로서의 ‘왕’)에 도달한 나라이며(17세기), 현대 경제학의 기틀을 잡은 나라이며(18세기), 프랑스 혁명의 자코뱅주의를 정치사상의 측면에서 완전히 굴복시킨 나라(19세기, 에드먼드 버크)이며, ‘번영을 통한 사회 안전망의 달성’이라는 문제의식을 들고판 나라이며(19세기, 찰스 디킨즈)이다. 영국의 요맨리(중산층), 영국의 시장 체제는 바로 이와 같은 '선택과 실천'에 의해 형성되었다.

미국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천재성은 “제도의 창조와 운용”에 있다. (American genius is politics…….Peter Drucker). 신대륙 이민 이후 그들은 일관된 원칙에 의해 선택과 실천을 해왔다.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all men are CREATED equal)”라는 그들의 독립선언은, 이승에서의, 지금 당장의 평등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원초적 평등성과 인간의 현실적 불평등성 사이의 긴장]에 대한 통찰이며, [공정과 기회개방을 통해 인간의 현실적 불평등성을 축소시키고 인간 생명을 번영(procreate…Genesis)시켜 가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가 가지는 사회적, 정치적 책임과 의무’]라는 선언을 한 것이다. (Abraham Lincoln의 해석이다.)

향후 1백년 이상 인류 문명을 규정짓고도 남을 미국에 의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시장 체제의 원형은 미국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남북 전쟁에서 남북 통합을 거쳐 민주당의 부활(Woodrow Wilson, 1912년 당선)에 이르는 정확히 50년 동안의 제도적 진화는 경이적인 일이다. 마이클 샌델은, 이 시기를 “미국의 공동체가 와해되고 관료적 연방제가 강화됨으로써, 미국이 ‘무늬만, 절차만 공화국인 나라’(a procedural republic)로 타락한 시기”라고 혹평하지만, 이는 인간에 대해 무지한 사람의 칭얼거림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 성취의 핵심은, 절차(procedure, 節)와 순서(protocol, 禮)에 있기 때문이다. 예절(이때 예절이라 함은, 일상적인 예절이 아니다. convention, protocol, process, procedure를 의미한다) 과 형식이 문명, 문화, 정신, 예술, 미덕을 이끌고 담아내는 유일한 그릇이다. ‘절차만 공화국’인 상태는 개탄스러운 상태가 아니라, 찬양해야 하는 상태인 것이다!

대도무문 (大道無門) - 가장 큰 제도는 ‘욕망의 게임’을 제도화하는 것

‘대도’는 황노학(黃老學)에서 나와 불교 선종으로 이어진 개념이다. 황노의 대도는, “큰 제도” 즉, 인간 욕망과 인간 본성을 오롯이 담아내어, 그 욕망과 본성이 인간 생명의 번영을 위해 ‘봉사’하도록 만들어 주는 제도를 뜻한다. 이것이 바로 한비(韓非)의, 제대로 된 법가 사상이다. 도덕경은 대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8 大道廢,有仁義;智慧出,有大偽;六親不和,有孝慈;國家昏亂,有忠臣。

큰 제도가 쇠락하면, 사람들은 인의를 떠든다. 사람들이 지혜를 칭송하면 위선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 가족끼리 다투고 해치는 세태가 되면, 사람들은 효도와 자애를 떠든다. 국가가 혼란하면 충신이 나온다.

34 大道汎兮,其可左右。萬物恃之而生而不辭,功成不名有。衣養萬物而不為主,常無欲,可名於小;萬物歸焉,而不為主,可名為大。以其終不自為大,故能成其大。

큰 제도는 세상에 충만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어디에서든 세상 만물이 이 큰 제도에 의지하여 번성하며 이 큰 제도를 따른다. 큰 제도는 이 모든 것을 이루지만,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다. 세상 만물에 옷 입히고, 먹여 기르지만 세상 만물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 큰 제도를 의식하지 못 한다는 점만 본다면, 깨알같이 작은 것으로 숨어 있는 듯하다. 만물이 결국 이 큰 제도에 의지하지만 만물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가없이 큰 것으로 존재하는 듯 하다. 끝내 스스로 ‘크다’는 것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큰 제도야 말로 큰 것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

53 使我介然有知,行於大道,唯施是畏。大道甚夷,而民好徑。朝甚除,田甚蕪,倉甚虛;服文綵,帶利劍,厭飲食,財貨有餘;是謂盜夸。非道也哉!

만약 하루아침에 출세하게 되어 큰 제도로 다스릴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면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 겉만 번드레한 것을 추구하게 될까 두렵다. 큰 제도는 공정하지만, 인간은 간교한 것을 좇는 경향이 있다.

이 경향에 굴복하면 관청 건물은 번듯하나 경제는 개판이고 창고는 거덜난다. 번듯한 관복에, 번쩍이는 칼을 차고, 화려한 음식을 즐기며, 지갑에는 돈이 두둑하겠지만..이게 바로 도둑놈 아니고 무엇일까! 이는 사람의 길이 아니다.

대도, 즉 큰 제도는 공정하면서도(夷) 생명을 번성시키는 힘(萬物….生…養)으로 작용하는, 모든 곳에 충만한(汎) ‘보이지 않는 손’(功成不名, 萬物歸…不為主可名為大..)이다. 이는 바로 현대의 시장제도 그 자체 아닌가!

그러나 이 시장제도는 저절로 잘 진화하거나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간교하기(民好徑) 때문이다. 시장은 ‘시장의 정신’을 지키고, 실현하고, 운영하려는 인간의 목적의식적 선택과 실천에 의해서만 잘 돌아 갈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을 제도화한 것… 욕망의 게임을 제도화한 것… 이것이 바로 현대 시장 체제이다.

Market is the institution for desire-game.

우남은 한반도에 현대 시장 체제의 기틀을 잡았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현대 시장 체제는 결코 ‘자연’ 현상이 아니다. 자유방임의 결과가 아니다. 현대 시장 체제는 지극한 정치철학, 도덕철학적 각성에 바탕한, 지극히 목적의식적인 선택과 실천의 결과물이다.

우남은 1904년 독립정신에서 이미 다음과 같은 정치철학적, 도덕철학적 ‘노선’에 도달했다.

 세계 시장에 대해 개방적 관계를 가져야 번영한다.
 과학문명을 익혀야 번영한다.
 인간 존중과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해야 번영한다.
 한국인은 바지런하고 똑똑하기 때문에, 세계시장, 과학문명, 인간존중, 자유민주주의에 있어 다른 여느 민족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 이 모든 것은 결국 개인 실존의 정신적 각성에서 출발해 이루어내야 한다. 이 실존적 각성이 바로 ‘독립정신’이다. 독립은 독립정신의 결과물일 뿐이다.

우남은 이와 같은 노선에 바탕해서, 1920년대부터 연해주, 만주의 조선인들을 통해 물밀듯이 들어온 공산 전체주의 사조와 싸웠다.

또한 우남은 이와 같은 “인간의 실존적 각성 및 개개인의 ‘근대인’으로서의 재탄생”을 중시하는 노선에 바탕해서, “X바리 새끼들하고 한 판 붙어야 돼!”라고 설치는 열에 들뜬 무장투쟁론자들과 싸웠다.

우남은 정신과 문화의 힘으로 2천년 디아스포라를 이겨낸 유태인들을 일찍부터 존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11년 말 워싱턴 포와탄 호텔에서 미국의 범털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105인 사건으로 잡혀 들어간 동지들을 구명하기 위해서였다.)

“유대인이 당신들 서양인에게 예수를 주었듯이, 우리 조선인은 동양인에게 기독교 사상을 줄 수 있습니다. 유대인이 사도 바울을 배출했듯이, 우리는 우리의 바울—손정도를 배출했습니다.” (손정도는 평안도 기독교의 대부로서, 손원일 제독의 부친이다. 이시영과 손잡고, 1920년에 우남을 상해 통합 임정 초대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미국에서는 살벌한 반유대주의 정서(anti-semitism)가 퍼지기 시작할 때였다. 그런 상태에서 미국의 범털들에게 (이 범털들이 바로, 수꼴 민주당을 리버럴 민주당으로 부활시켜내고, 전 세계에 과학과 문명과 크리스챠니티를 보급하겠다고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붇고, 우드로 윌슨을 당선시켜낸 세력이다) “유대인이 기독교를 너희에게 주었다. 서양 기독교는 바로 바울의 기독교 아닌가? Pauline Christianity… 조선 기독교는 손정도라인 기독교이다!”라고 겁없이 포효한 것이다.

우남 자신이 이미 동서고금을 꿰뚫는 정치철학, 도덕철학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었다. 우남의 도덕철학, 정치철학은 이미 {인류는 보편적인 세계시장 질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질서는 자유, 진실, 과학에 바탕하고 있다}라는 신념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우남이 시장경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주춧돌만 살펴보자.

1) 우남은 세계시장,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방향으로 건국을 주도했다.
2) 기업가 집단, 기업가 정신이 태동할 수 있는 ‘진흙탕’을 만들었다. 건국 직후, 한편으로는 적산을 불하해서 “90%가 투기꾼, 기회주의자들이었던 기업가 집단 토양”을 만든 것이다. 이는 ‘청년 고리오’들의 양산이었으며,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였다. 기업가란, 기업가 정신이란 시궁창에서 피어나는 연꽃 같은 존재다. 이것이 세상 이치다.
3) 농지개혁을 통해 기회의 평등과 근대 시민계급의 기반을 만들었다.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지주-소작’을 없앴다.
4) 근대국가를 위한 중앙은행과 관료체제를 만들었다.
5) 스탈린의 전쟁 6.25를 이겨내고, 한미동맹을 만들어, 냉전 대결의 태풍의 핵이 된 한반도의 운명을 오히려 100% 활용했다. 태풍의 핵은 고요하다. 즉 태풍의 핵으로서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된 정치, 안보, 군사 환경을 만들어냈다.
6) ‘교육 폭발’을 이루어내어 단 시간에 ‘엽전 조센징’을 ‘헝그리 정신으로 중무장된 전사 집단’으로 탈바꿈시켰다.
7) 불교정화를 통해, 일본 문화에 예속되지 않는 자유를 확보해 냈다.

스탈린의 무력 팽창(공산 전체주의의 무력 팽창)을 막아낸 유일한 민족이 누구인가? 한국인이다. 우남이 이끈 한국인이다.

스탈린의 혁명 팽창(공산 전체주의의 혁명 수출)을 제대로 막아낸 유일한 민족이 누구인가? 한국인이다. 우남이 이끈 한국인이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철저하게 ‘현대 시장 체제의 주춧돌’을 놓은 유일한 민족이 누구인가? 한국인이다. 우남이 이끈 한국인이다.

그 주춧돌 위에서 “세계시장과 결합한 후진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이라는 기상천외한 경제발전 모델을 증명한 것은 누구인가? 한국인이다. 우남을 계승한 박정희가 이끈 한국인이다.

1991년 소련붕괴를 결과한 1980년대 후반 동구권 붕괴를 초래한 1980년대 중국-베트남 개혁 개방을 이끌어낸 것은 무엇인가? 한국인의 성취다. 우남-박정희로 이어지는 리더십 아래 우리 한국인이 이루어낸 성취가 바로 20세기 말 공산 전체주의의 전면적 붕괴를 촉발시켰다.

팔자를 직시할 때 인간은 운명이 된다.
One becomes destiny when one looks into one’s own lot.

운명으로부터 도망칠 때 인간은 짐승이 된다.
One becomes an animal when one runs away from one’s own destiny.

한때 위대했던 한국인은 지난 30년 동안 짐승으로 살았다.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