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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문화평론가 |
정국이 다시 소용돌이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리스트 파문 이후 정치권 전체가 블랙홀에 빠져 들어간 양상이다. 야당은 대안정당의 책임있는 모습 대신 강경책 일변도로 나서 끝내 이완구 총리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정쟁(政爭)의 와중에 세월호 1주년은 급기야 폭력시위로 돌변했다. "유족들과 하나 되어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는 정치적 구호는 듣기에 섬뜩하다. 태극기를 불태우는 충격적 상황까지 빚어냈다. 2008년 광우병 때 선보였던 단골 시위꾼들은 다음 주말에도 도심 폭동을 예고한 상태다.
저들은 광주 5.18까지 한 달 이상을 이어갈 태세인데, 결정적 변수 없인 쉬 가닥이 잡힐 것 같지 않다. 국민의 대다수 여론은 변질된 세월호 문제에 이미 고개를 돌린 지 오래이나 상황 전체에 대한 통찰을 외면한 선동언론이 위기를 더욱 악화시킨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이다.
무너진 박근혜 정부 3년 차 국정동력의 회복이 급선무
국정표류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인데, 잇단 악재와 대형 복합위기를 정부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래서 무너진 국정동력을 회복하고 대통령이 한참 일을 해야 할 임기 3년차의 분위기를 회복할 것인가?
우리가 원하는 경제 회복과 종북세력 잔재 청산 그리고 정치개혁이라는 3대 과제 해결의 묘수는 결국 비상 구국(救國)내각의 구성 여부에 달려있다. 그게 필자만의 독단이 아니라 지난 주말 만나본 사회 원로와 정치학자들의 견해인데, 정확하게 말하자. 거국내각(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배경으로 하지 않은 내각)이 아니라 비상 구국 내각이다.
민심을 추스린다면서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인재를 추천받는 방식의 거국내각은 지금 상황에서 쓸모 없다. 자칫 무원칙한 안배로 이어지고, 선명치 못한 국정철학으로 국정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성 자체도 불가능하다. 거국내각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위기 때 써먹는 방식이다. 이름만 그럴싸한 거국내각은 우리 정치사에도 구성된 전례 역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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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가 불에 타버려 휠만 남은 경찰차. 차량 옆면에는 반정부 낙서투성이로 도배돼 있다. 지난 18일 세월호1주기를 맞아 시위대들이 광화문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시위대들은 경찰차 수십대를 훼손했다. 이완구총리는 성완종게이트로 내각통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비상시국을 맞아 정치권에 물들지 않고, 박근혜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새 총리로 발탁해서 국정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연합뉴스 |
현재의 위기 돌파는 비상 구국내각 구성뿐인데, 물론 이완구 현 총리의 퇴진과 새 총리 선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완구총리 퇴진은 국회 해임안을 통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희생되는 방식이 아닌 자진 용퇴가 모양새 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 현정부에 주는 부담도 덜어야 한다.
타이밍도 중요한데,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직후가 좋다. 그렇게 그의 거취를 매듭지은 뒤 새 총리를 내세우는 게 필수다. 헌법에 규정된 내각 통할권을 보장받으며, 행정효율을 달성해야 하는 새 총리야말로 구국내각 성공의 결정적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국정 표류에 마침표를 찍을 새 총리가 갖춰야 할 요격으로 나는 세 가지 덕목을 제시한다.
새 총리 후보자가 지녀야할 덕목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기성정치권과 일정 기간 거리를 둬온 인사이어야 한다. 이완구 현 총리의 실패란 결국 그가 부패한 현실정치에 몸 담아왔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새 총리는 이런 '정치적 때'가 묻지 않아야 한다. 비상한 지금 국면에서 비상한 방식으로 새 총리 후보자를 찾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둘째 새 총리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걸어온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하며, 카리스마를 가져야 한다. 이런 덕목을 갖춰야 새 총리는 취임 이후 대통령이 채 손대지 못해왔던 노동, 연금부문 등 각종 개혁과제를 진두지휘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카리스마란 이런 개혁작업을 지휘할 때 등장하는 반대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무기다.
셋째 새 총리는 청문회 통과가 무난해야 한다. 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병역 비리, 논문 표절 등 이른바 비리 의혹 '3종 세트'에서 자유로운 청렴한 인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더불어 국가관이 확실한 인사야말로 구국내각을 이끌 수 자격이 있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직후 지금까지 국정운영 미숙을 드러냈는데, 그게 새삼 인사 문제에서 두드러졌다. 구국내각을 이끌며 현 상황을 돌파할 새 총리의 등용에서 이런 난맥상을 일거에 씻어내길 국민 모두는 원한다. 그게 여론이라는 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비상 구국 내각을 지휘할 새 총리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실상의 책임총리에 근접할 수밖에 없다. 사실 책임총리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렇게 임명된 새 총리는 한편 당 대표, 원내대표, 청와대 비서실장 4인과 함께 국정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하다.
필요할 때는 당 정책위의장과 경제·사회부총리까지 참여하는 확대 협의체도 구성할 수 있다.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왜 진즉에 발탁되지 않았을까를 사람들은 묻겠지만, 우리 주변에 사람은 아주 없지 않다.
시선을 넓혀 멀리 보는 것도 필요하고, 대통령 주변에서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비상 구국내각을 지휘할 새 총리 후보자를 널리 보고 빠른 시일 내 찾아내는 건 박근혜 정부 성공에 초미의 과제로 떠올랐다. 시간이 많지 않다. 남은 건 이 정부의 결단뿐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