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그런 Government(정부) Attorney(법조·법적대리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검찰 인사가 반복되면서 대통령의 인적 풀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새 정부 인사가 검찰 출신에 편중되었다는 정치권 일각의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할 기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찰 출신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선 신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전 부장검사)과 관련해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수사 활동과정에서 금감원과의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며 "금융감독규제나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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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6월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 2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특히 윤 대통령은 "금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규제기관이고 적법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게 일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룬 사람들이 가서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늘 생각해 왔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설명에 대해 기자들을 만나 "변호사 경력자 중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설명한 내용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시부터 적재적소에 유능한 사람을 쓴다는 '인물론'을 내세웠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언론 일각에서는 '폐쇄적인 인재풀'이라며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냐'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 논란의 초점은 전문성 유무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금융감독원장 등 핵심 요직에 한동훈 전 검사장 등 검찰 측근을 발탁할 때마다 파격적 인선이라는 평과 한쪽으로 치우친 인사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향후 정부의 전반적인 인사검증을 담당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도 한동훈 장관이 틀어쥐고 있다.
아직 발표나지 않았지만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도 검사 출신 측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금까지 정부 요직을 꿰찬 검찰 출신 '윤석열 사단'은 한동훈 장관(사법연수원 27기)을 비롯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15기)·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18기)·이노공 법무부 차관(26기)·이완규 법제처장(23기)·박민식 보훈처장(25기)·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26기)·박성근 국무총리실 비서실장(26기)·이복현 금융감독원장(32기)·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전 대검 사무국장)·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28기)·주진우 법률비서관(31기)·이원모 인사비서관(37기)·윤재순 총무비서관(전 대검 운영지원과장)·강의구 부속실장(검찰총장 당시 비서관) 등이 꼽힌다.
사실 인사권자 입장에서 법과 원칙(인물론)만 따져본다면 검찰 출신 인사가 굳이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는 없다.
정책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권력기관을 검찰·경찰·금융감독원·국가정보원 등 여러 곳으로 나눠놓은 것이 헌법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검찰 출신 인사들이 권력기관을 장악할 경우 권력이 집중된다는 반론도 있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 인사들이 형사사법 잣대·범죄 혐의 유무를 낱낱이 따지는 '검사'라는 하나의 시각으로만 국정 운영에 치중할 경우, 해당 부처가 산업 육성이 아닌 사정기관으로만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보의 취재에 "조정과 감독 등 각 분야 전문성을 갖고 계신 분들로, 앞으로를 지켜봐 달라"며 "향후 정부 정책 운용의 묘를 어떻게 살릴지, 민생의 질과 경제 살리기를 어떻게 할지에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