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일성 "시장교란 행위 엄정한 잣대"…라임·옵티머스 재조사 가능성
[미디어펜 이보라‧이원우 기자]“지금까지의 ‘파격 인사’가 나이나 출신‧기수 정도의 파격이었다면 이번엔 아예 뿌리부터 다른 느낌이죠. 전대미문의 인사입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 A씨)

   
▲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등장하면서 여의도에 전에 없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 어떤 금감원장이나 금융위원장조차도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적은 드물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신임 금감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다.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검찰 출신 법조인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새로운 기록은 더 있다. 신임 이 원장은 1972년생으로 올해 50세다. 즉, 이 원장은 역대 가장 젊은 금감원장이며 이제부터 자신보다 나이‧경력이 많은 임원들과 함께 일할 예정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며 검찰 내부의 기수 문화를 뒤흔들었던 전례를 연상케 한다.

검찰 출신인 만큼 신임 이 원장의 경력은 지금까지 다른 어떤 금감원장과도 ‘결’이 다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그는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 전문가로 손꼽힌다.

맡았던 사건들도 굵직한 것들이 많았다.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속돼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등 수사에 참여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뇌물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시킨 상황에서 금감원장까지 검찰 출신으로 등용되자 여의도에는 때 아닌 ‘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돈다.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감원의 기능이 예방적 감독보다는 사후적 검사로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묘하게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처럼 인식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던 금감원의 조직 위상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복현 금감원장의 취임과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의 인선 시기는 거의 비슷했지만 화제성 측면에선 금감원장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의 취임 일성도 일선 금융권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며 “불공정거래 근절은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제고해 종국적으로 금융시장 활성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향후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재조사 가능성을 내비치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은행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생각지 못하게 금융권 이력이 없는 분이 오셨는데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있으시니까 금융사의 내부통제 쪽을 먼저 신경 쓰실 것으로 생각된다”며 “또 검찰이 왔으니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종합검사가 부활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과 출신이라 하더라도 학부 수준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알기 힘들 것”이라면서 “법은 법조문을 보는 거고 회계는 숫자를 보는 것으로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융·경제 수사와 소비자 보호도 또 다른 문제로 금융범죄를 잡는 것은 금감원 업무 중 일부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또 다른 관계자는 “취임과 함께 새로운 검사 계획이 아닌 이전 사건에 대한 재조명 얘길 한 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면서 “징계 측면에서도 지금까지와는 아예 수위가 다른 처벌이 뒤따르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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