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라임·옵티머스' 재수사 시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펀드 환매중단으로 2500억원대의 피해를 일으킨 디스커버리펀드자산운용 대표이자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인 장하원 씨가 지난 8일 경찰에 구속됐다. 디스커버리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기업은행에서는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 중이다. 

전 정권에서 디스커버리를 비롯해 이탈리아헬스케어·독일헤리티지 펀드 등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피해자들이 수년째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권 교체를 맞아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받고 있다.

   
▲ 펀드 환매중단으로 2500억원대의 피해를 일으킨 디스커버리펀드자산운용 대표이자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인 장하원 씨가 지난 8일 경찰에 구속됐다./사진=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제공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전날 경찰에 구속됐다. 이 펀드가 환매중단된 2019년 4월 25일로부터 꼬박 3년 2개월여 만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전날 10시간이 넘는 수사 끝에 "도주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수사받은 회사 임원 김모씨에 대해선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의 염려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장 대표 등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과거 재직 당시 이 회사 펀드를 판매한 김도진 전 행장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은이 투자 상품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를 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경찰은 펀드 관련 인물 수사와 동시에 윗선 개입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펀드를 판매한 은행 등을 압수수색한 터라 정·재계로 수사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펀드에는 장하성 주중대사가 약 60억원을 투자했고,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의 수사 끝에 장 대표가 구속되면서 피해자들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의환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상황실장은 "은행이나 금융당국, 정부가 감추거나 묻어두고 물타기하려던 것들이 드디어 진실을 밝히게 됐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장 대표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디스커버리펀드가 '재간접펀드'인 만큼 운용사인 디스커버리 측이 모든 기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까닭이다. 피해자들은 범죄행각을 조사해야 이 펀드 주선자인 기은의 개입·공모여부와 펀드 돌려막기 등의 잘못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배상비율 현실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신증권이 판매한 라임펀드 사태는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로 처벌받으면서 피해자 배상비율을 높일 수 있었다. 장 센터장은 피해자들에게 펀드 손실 가능성을 숨긴 채 약 2400억원어치 라임펀드 판매를 주도한 인물로, 법원에서 징역 2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수감 중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당초 중재자인 금감원이 판매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미온적인 스탠스를 취하며 시간을 끌다 사법부 판결로 한번에 해결한 까닭이다. 피해자들은 법원에서의 민사재판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우려해 금감원 분쟁조정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대신증권 반포센터장에 대한 처벌 이후 금감원이 배상비율을 높여준 데 이어 김한석·이재용의 (펀드 사기) 녹취본 공개 이후 피해자들이 돈을 100% 돌려받았다"며 "1심이 '사기에 의한 계약무효'를 내려준 것인데 금감원보다 더 넓고 중대하게 봤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방송인 김한석 씨와 아나운서 이재용 씨 등 라임펀드에 투자한 4명은 지난 4월 28일 대신증권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받으면서 투자금 전액을 반환할 수 있었다. 

기은은 이와 별개로 '쪼개기 운용'으로 피해자들의 고발을 받게 생겼다. 디스커버리 측이 실제 50인 이상의 투자자가 모인 공모펀드를 49인 이하의 사모펀드로 쪼개어 금융 규제를 피했는데, 기은이 이를 알고서도 판매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피해자들의 의심은 금융당국의 엇갈린 행보에서 비롯된다. 금융위는 지난 2월 펀드를 판매한 기은에 최종 제재안을 내리며 사건을 모두 종결지었다. 그러다 지난달 31일 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디스커버리 측에 공시 의무 위반으로 12개월 간 증권 발행 정지 처분을 내렸다. 

디스커버리가 50인 이상이 투자하는 점에서 '공모펀드'를 운용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다소 느슨한 '사모펀드'(시리즈펀드)로 쪼개어 눈속임한 까닭이다. 공모펀드는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 측은 "금융당국이 공모펀드 공모기준을 회피한 것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셈"이라며 "기업은행도 내부통제시스템이 있을 것인데 펀드 주선자로서 범죄행각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기은 측은 "진위여부를 파악 중이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피해자 측의) 100% 보상요구는 향후 수사나 재판결과를 지켜보고 법률적으로 변경이 발생할 경우 판매사로서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검찰 특수통'으로 불리던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가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현재까지 종결되지 않은 펀드 사태들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이 원장은 취임 첫날인 전날 기자들과 만나 "개별 단위 펀드 사건들은 다 종결되고 이미 (다른 기관으로) 넘어간 걸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사회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알고 있어 저희가 시스템을 통해 혹시 볼 여지가 있는지 잘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사 및 제재가 완료된 라임·옵티머스 사태 외에도 현재 수사 중인 디스커버리펀드 등 전 정권에서 촉발된 문제들을 전면 재조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원장의 발언에 피해자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 실장은 "(현재 진척이 없는) 디스커버리, 이탈리아헬스케어, 독일 헤리티지 펀드 등 아직 처리하지 않는 펀드사태가 많다"며 "그동안 금감원이 피해자보다 금융권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 점에서 검찰 출신 인사가 균형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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