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서 핵실험 선언 주목…美는 北에 ‘고위급 친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이 한달여 전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8일 개최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나서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공식 언급한 상황에서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 관련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9일 전워회의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가 사회를 맡았다고 전하면서 상정된 토의의정을 일치가결로 승인하고, 의정토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다만 신문은 구체적인 의제 내용을 전하지 않았으며, 회의는 수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문은 이번 회의에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인 김덕훈, 조용원, 최룡해, 박정천, 리병철과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기존 상무위원 서열과 달리 김덕훈 총리를 제일 먼저 호명한 것을 볼 때 핵심 의제가 올해 경제계획 목표의 중간 점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 첫날 김정은 총비서가 참가해 사회를 진행한 점에서 핵실험을 포함한 중요 대외정책에 대한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북한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핵실험 준비 정황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부는 대북 방역 지원을 꾸준히 제안해왔다.

한미의 조건없는 대화 제의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인도적 지원 제의에도 북한은 일절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한미의 인도적 지원 제안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지난 5일에는 탄도미사일을 8발 무더기로 발사해 올해 18번째 무력도발을 기록했다. 게다가 IAEA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한 곳을 다시 개방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실험 장치를 갱도에 재배치하는 일만 남았다”고 전망했다. 

   
▲ 북한이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준비를 위한 정치국회의를 열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2022.6.8./사진=뉴스1

이처럼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에 김정은 총비서의 결심만 남았다고 할 만큼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가 북한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해줄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나오고 약국에 의약품이 부족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7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한 지도부에게 대내외적으로 주장할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면서도 물밑에서 미국 고위관리의 친서를 보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연합훈련을 벌이면서도 북한에 대화를 촉구해 강온전략을 구사해왔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열린 유엔총회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거듭해서 공개적으로 ‘우리는 평양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추구한다’고 언급해왔다”고 강조했다.

드로렌티스 차석대사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러한 메시지를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고위관리가 북한의 고위관리에게 보내는 고위급 친서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 확산 중에도 방청객이 있는 규모 1000여명의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한 것을 볼 때 코로나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원회의 폐막 직후가 7차 핵실험 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원회의 확대회의는 규모가 1000여명으로서 ‘미니 당대회’ 성격을 부여할 수 있다”면서 “현장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에서 결정사항을 전달하겠다는 김 총비서의 직접정치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신감도 드러낸다”면서 “7차 핵실험 결정은 전원회의에서 하겠지만 실험 시기는 전원회의 폐막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오직 날씨밖에 없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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