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인상 시기 놓치면 피해 커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5%대를 넘어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승 폭도 가팔라져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라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증가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가중되면서 고물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연 2.7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연말 기준금리가 최대 연 2.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4월과 5월 이례적으로 연속 2개월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해 남은 네 번의 통화정책회의 때마다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사상 최저 수준(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달 연 1.75%까지 끌어올렸다. 기준금리는 불과 10개월 사이 1.25%포인트 오른 셈인데 앞으로 연말까지 1.0%포인트 가까이 더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2022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현재 시장에 형성돼 있는 기준금리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창용 총재가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최대 2.50%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한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치로 국내 물가 상황이 그만큼 비상하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한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강도가 높아지는 배경엔 물가상승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고물가 장기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위기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대폭 끌어올렸다. 공급 및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구매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에너지, 식료품 및 외식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4월 기대인플레이션(3.1%)은 지난달 0.2%포인트 오른 3.3%를 기록했다. 지난달 국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7%에 육박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시장에선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물가상승 확산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 문제 등도 물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확산세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경제주체들의 물가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창용 총재도 한은 창립 제72주년 기념사를 통해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히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재차 확인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1754조2000억원)와 비은행을 포함한 전금융권 변동금리 비중(74.2%)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각각 약 3조3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자 1인당 약 16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더 커 실제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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