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십 몇 년을 수감생활 하게 하는 것은 안 맞지 않느냐, 과거의 전례에 비춰서."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의 필요성을 말했는데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답변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 같은 질문에는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하루만에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면 논의가) 갑자기 급물살을 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대통합 사면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야 등 정계를 비롯해 재계에 이르기까지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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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6월 3일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미국 학계 및 전현직 주요인사 단체와 접견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폴 월포위츠 박사(미국 기업 연구소), 캐런 하우스 선임연구원(하버드 벨퍼센터), 에드윈 퓰너 박사(헤리티지 재단 설립자),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미국대사대리,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손에 꼽힌다.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형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계에서는 여권과 야권 인사로 나뉜다.
여권에서는 지난 3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최경환 전 의원을 비롯해 지난달 가석방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특별사면 복권대상으로 거론된다.
야권에서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수감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표적이다. 김 전 지사는 내년 5월 만기 출소하더라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이 특별사면 복권대상으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이 쥔 사면 카드에서 경우의 수는 두가지로 나뉜다. 특별사면을 받으면 형 집행이 면제되고, 복권까지 이뤄지면 취업제한 규정에서 벗어나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본격적인 논의는 8월 초 이뤄질 전망이다. 대다수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해 놓은 윤 대통령이 총수들에게 매여 있던 족쇄를 풀어주는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앞서 대통령 사면권은 민생 사범 구제와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행사해온 전례도 있다. 법과 원칙, 형평성, 국민 여론 등 다양한 점을 감안해 윤 대통령이 사면 대상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