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월세 거래량 비중 50.4%…전세 뛰어넘어
임대인·임차인 월세 선호 겹치면서 전환 가속
전문가 "금리 동결 시점 따라 분위기 전환 여지"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금리 인상기를 맞은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전세 거래 비중이 점차 줄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세시장 분위기는 어떻게 흐를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 25만8318건 중 월세 거래량 비중은 50.4%(13만295건)로 전세(49.6%, 12만8023건) 거래량을 넘어섰다.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도별 4월까지 누계 기준으로도 월세 비중은 대폭 증가했다. 2018~2020년 40% 초반대였던 월세 비중은 지난해 42.2%로 오른 뒤 올해 48.7%까지 치솟았다.

   
▲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월세 거래가 증가한 배경으로는 임대차 3법과 금리·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이 거론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영향으로 단기간에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늘어난 전세금을 충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인상분을 월세로 지불하는 반전세가 늘어났다”며 “금리 인상 본격화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세대출보다는 월세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급격한 종부세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집주인 상당수가 세입자에게 전가시키는 방법을 택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전월세신고제 영향으로 오피스텔 등 준주택 거래까지 통계에 잡히거나 계약 갱신된 전세계약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의 월세화’가 수치로도 나타나는 가운데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김 소장은 “최근 3년간 집값 상승폭과 오르기 시작한 금리 영향을 감안하면 (월세화를)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고금리 시대에도 전세시장은 튼튼했다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전세대출 제도 자체가 없었다”며 “금리 영향이 전세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4월 임차유형별 전월세 거래량./사진=국토교통부


이어 “전세대출이 보편화된 지금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상당하다”며 “원금을 돌려받는 전세가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과 대출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처럼 월세화가 지속된다면 향후 전세시장 추이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월세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순 있어도 전세 수요는 꾸준히 남아있을 거라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당장 급하게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변할 것 같진 않지만 제도 존립이 위태로운 건 사실”이라며 “결국 임대인·임차인이 선호하는 유형이 무엇이냐에 달린 건데 기존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니즈가 미스매칭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제는 공통적으로 월세 유형으로 매칭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전세 선호 현상은 여전한 추세”라며 “현재는 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까 과도기 국면에서 시장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 금리가 동결 기조로 가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바뀔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보증금을 100% 내줄 만한 임대인의 여력도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보증부 월세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국지적인 불안 현상이 있을 수 있으나 흔히 말하는 ‘전세대란’ 수준의 시장 불안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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