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지난 9일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용의자 천모(53·사망)씨가 불을 지르기 전 미리 휘발유와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해 범행에 사용한 인화물질이 휘발유인 것을 확인했다. 앞서 범행 현장에서 흉기도 확보했다.

이날 이뤄진 감식 현장에서는 천씨가 인화물질을 옮기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리용기 3개와 인화물질이 묻은 수건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증거물과 화재 현장에 흩어져 있는 연소 잔류물을 분석한 결과 불을 지르는 데 사용된 인화물질은 휘발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등산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것으로 알려진 날 길이 11㎝ 가량의 흉기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변호사협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임시 검안 결과 피해자인 변호사와 사무장인 남성 2명에게서 자상으로 보이는 상처가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숨진 변호사와 사무장의 몸에 있는 상처와 이 흉기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 내부를 찍은 폐쇄회로(CC)TV 50여초짜리 영상에는 범행 직전 천씨가 흰천으로 덮은 뭔가를 손에 들고 건물로 들어와 범행현장인 203호 방향으로 이동한 뒤 20여초가 지나 화염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천씨가 203호에 들어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20초 가량 흉기를 휘두르면서 위협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다가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면 천씨가 흉기와 인화물질을 어떻게 사용해 범행했는지도 밝혀질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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