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 '50조 원'의 증발, 한 남자를 쫓는 사람들

"조심하세요. 누군가 당신을 해하려 합니다. 개인 경호나 경찰 보호를 받으세요." - 어느 SNS 메시지 -

신변 위협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받은 남자. 그는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시가 총액 6위에 올랐던 '루나'의 개발자 권도형이다. 2018년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한 후 불과 몇 년 만에 100원대였던 '루나'를 14만원까지 끌어올린 그는 성공한 젊은 창업가였다.

4조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까지 보유하고,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고 불리며 부와 명예를 누렸던 권도형 대표. 그랬던 그가 실인 협박을 당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가 개발한 암호화폐 '루나'의 대폭락 때문이었다.

2022년 5월, 국내외에서 10만원 선에 거래되던 '루나'는 갑자기 99.99% 이상 폭락해 시가총액 50조 원 이상이 증발했다. '루나'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루아침에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몇십억원까지 재산이 사라진 사람들. 피해자들은 권도형 대표의 해명이나 수습책을 듣고 싶어 했지만, 현재까지 그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과연,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이번 사태에 대한 그의 입장은 무엇일까. 

   
▲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 거침없던 젊은 CEO, 각광받던 김치코인 '루나'

"전 세계 코인의 95%는 망할 겁니다. 그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 권도형 인터뷰 중 -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로 일했다고 알려진 권도형 대표는 화려한 이력보다도 거침없고 날카로운 입담으로 더 주목받았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루나'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때는 '나는 가난한 사람과는 토론하지 않는다'며 조롱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았고, 테라폼랩스의 자금 출처를 묻는 한 투자자에게는 '네 엄마'라는 빈정거림에 가까운 말로 답을 대신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이런 기이한 행보에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권도형 대표의 트위터 팔로워는 100만 명을 넘었고, '루나' 투자자들은 스스로 '루나틱'이라 부르며 강력한 팬덤이 되어주었다. '한국이 낳은 코인 천재', '천재 개발자' 등으로 소개되며 그의 유명세가 커질수록, 그가 만든 김치 코인 '루나'의 인기도 치솟았다. 그런데, 이랬던 천재의 발명품 '루나'가 하루아침에 아무 쓸모 없는 휴지 조각이 돼버린 것이다. 도대체, 암호화폐 '루나'엔 무슨 일이 발생했던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권도형 대표는 폭락 며칠 전 있었던 한 인터뷰에서, 향후 5년간 암호화폐 기업 중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것 같냐는 질문에 95%는 망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었는데… 그는 '루나'의 몰락을 예견했던 걸까, 아니면 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던 걸까. 과연, 왜 '루나'는 –99.99%라는 대폭락을 맞이했던 걸까.

▲ 몰락의 이유, 수많은 의혹들

"거대 자본의 공매도 공격이 있었습니다. 이 공격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 전 테라폼랩스 근무자 -

거침없던 '루나'의 상승에 제동이 걸리고, 심지어 0원에 수렴할 정도로 폭락한 이유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도 '루나' 대폭락 사태를 취재해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한 제보자는 이번 사건이 거대한 자본의 공매도 공격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익명의 공격 세력은 3주 전 공격을 '예고'했고, 권도형 대표는 수 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마련해 방어 태세를 갖췄다고 한다. 그러나 막을 수 없는 수준의 엄청난 자금이 동원됐고, 결국 '루나'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루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작정하고 공격한 숨은 세력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 

반면, 국내외에서 이번 사태를 미리 예견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루나'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형 암호화폐는 애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만난 테라폼랩스 전 근무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들은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 설계가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권도형 대표에게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권도형 대표는 '루나'의 문제점을 미리 알았고 폭락사태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감추고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기꾼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권도형 대표에게 사기 혐의로 피해자들의 고소가 이어지고 있다. '루나' 대폭락 사태를 두고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 프리마이닝(사전발행)과 가격방어의 진실은…

권도형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수 조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를 '루나'의 가격 방어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대폭락 사태 발생 후 많은 사람들이 권도형 대표가 매입한 비트코인의 행방을 궁금해했는데, 그는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가격 방어에 모두 사용해 남은 건 313개뿐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권도형 대표는 '루나'의 대폭락을 막고,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걸까.

한편, 제작진은 취재 도중 '루나'가 시장에서 거래되기 전 사전 발행한, 1조 5천억원어치의 암호화폐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암호화폐 발행 시 제공되어야 하는 백서에도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권도형 대표가 발행한 암호화폐의 규모가 얼마큼인지 정확히 모른 채 투자한 셈이 되는 것이다.

테라폼랩스는 최초에는 이 사실을 감추었다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명했었다. 과연, 이 과정에 숨겨진 진실은 없는 것일까. 제작진은 1조 5천억원에 달하는 큰 규모로 사전 발행된 이 암호화폐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권도형 대표가 매입했던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도 확인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는데…


오늘(11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달의 몰락, -99.99% 루나 대폭락의 진실' 편으로 지난 5월 이례적인 하락으로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낸 암호화폐 '루나' 대폭락 사태의 진실을 파헤친다. 또한 사태 후 모습을 감춘 개발자 권도형 대표의 흔적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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