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발의를 예고한 '시행령 통제' 국회법 개정안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는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이 법률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대통령령 등에 대한 수정요구권을 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전 출근길 이에 대해 "시행령에 대해서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는 기자 질문에 "어떤 법률안인지 한번 봐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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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국회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왜냐하면 시행령 내용이 예를 들어서 법률 취지에 반한다고 그러면 국회에서는 법률을 더 구체화한다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이 법률의 효력에 위배되면 그것은 무효화시킬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그런 방식으로 가는 건 모르겠지만 시행령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라고 작심 발언했다. 이어 "그 시행령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방식과 절차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국회 원구성을 놓고 대치하는 가운데, 입법부 공백은 지난달 29일 회기 종료 후 2주째다. 이 와중에 의석 다수를 등에 업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발목 잡기에 나선 것이다.
깃발을 들고 나선 조응천 의원은 13일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상위법 우선의 원칙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시행령·시행규칙 등의 행정 입법이 위임 법안을 벗어나 제정되면 모법이 무력화한다"며 "실제로 각 부처에 이런 시행령·시행규칙이 엄청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 이 개정안이 당론은 아니라고 밝힌 상황이다. 당 차원이 아니라 의원 개인 차원에서 추진하는 법안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민주당은 최근 예산결산특위 상설화를 통해 정부의 예산 편성권에도 제동을 걸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이 또한 지난 5년간 문재인 전 정권에서 여당일 당시에는 주장하지 않았던 사안이다.
법조계는 이러한 민주당의 움직임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헌법 제52조 및 제75조를 통해 정부의 행정입법권이 보장되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며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회의 입법 권한이 침해된다고 하는데, 5년간 집권여당일 때와 거대야당으로 돌아선 지금의 입장이 상반된다"며 "실제 통과시킬 경우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고 대통령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본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국회가 사실상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격이 된다"며 "삼권분립이라는 헌법가치가 훼손될 중차대한 사항"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시행령 통제법안' 통과에 대통령의 거부권 등 서로가 공수로 맞부딪히는 상황까지 갈 경우, 해당 법안의 '재의결' 처리에는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석인 170석 갖고는 재의결 처리하기 불가능한 셈이다. 민주당이 조 의원의 이번 개정안을 끝까지 추진할 경우 윤 대통령과의 협치는 불가능하고, 여야 대치 정국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