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예비 차주들이 다음달 1일 자신의 연소득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내걸은 대출 총량규제가 일몰되는 까닭이다. 다만 금리상승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7월부터 실시돼 실제 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주요 시중은행에서 예비 차주들은 자신의 연소득보다 많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설정한 '연봉 이내' 신용대출 규제가 이달 말 일몰되는 까닭이다. 당국이 남은 기간까지 은행권에 별도의 행정지도를 하지 않으면 관련 규제는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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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예비 차주들이 다음달 1일 자신의 연 소득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일부 은행은 제도가 일몰될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대출 확대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행 제도에 발맞춰 신용대출 한도를 전문직군에 한해 늘리겠다는 은행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행정지도 일몰이 6월 말까지인데 달달이 연장이 없으면 행정지도가 종료될 것"이라며 "지도가 종료되면 우선적으로 한도를 풀 수 있는데, 그것에 맞춰서 준비 중이긴 하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출 행정지도 효력이 멈출 것으로 본다"면서도 "(기존에) 신용대출 한도를 전문직군에 대해 늘린 부분이 있는데 그 정도까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국은 지난해 8월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만나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줄여줄 것을 요청했고, 은행들은 구두 지침을 이행했다. 이어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 취급 제한 규정을 금융행정지도로서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다음달 30일로 뒀다.
이 여파로 신용대출은 현재까지 연소득 범위에 묶여 있다. '연소득 이내 신용대출 한도 규제' 폐지까지 현실화되면 주요 여신상품에 가해진 규제는 지난해 총량규제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전망이다. 올 들어 시중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 최대 5000만원 한도 △전세보증금 증액분만 잔금일 이전 전세 대출 허용 △비대면 대출 취급 축소 등의 규제를 대부분 없앴다.
은행권이 현행 신용대출 규제까지 완화하면, 대출환경은 지난해 연초와 비슷해질 전망이다. 다만 전세자금을 목적으로 하는 대출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면서 2년 만기된 사람들이 증액분 만큼 대출할 텐데 (증액이) 5% 범위인 만큼, 간단히 신용대출로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전세자금이 6억원이라 하더라도 (5% 적용시) 3000만원 정도이니 상대적으로 금액이 크지 않아 신용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오는 7월 말 임대차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세입자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세입자는 전세계약을 2년 추가 연장할 수 있지만, 4년(2+2)을 모두 거주한 세입자는 재계약을 해야 한다.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전세자금대출 최대 한도인 5억원을 모두 끌어 쓴 세입자는 신용대출로 메워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집값이 빨리 올라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낮은 것처럼 보이는데, (추가 대출로) 전세가율을 맞춰주면 집값은 잡을 수 없다"며 신용대출 완화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했다.
하지만 금리상승기에 DSR 규제 3단계가 시행되는 만큼, 대출 완화 시그널이 실제 대출수요 증가로 이어질 지 미지수다. DSR는 차주의 소득 대비 상환해야 할 전체 금융부채(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원리금 비율을 뜻한다. 3단계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이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어선 안 되도록 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펼친 정책들이 대부분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규제한 것이라면, 이제는 이 캡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라면서도 "현재 금리가 많이 오르고 있고 자산시장에서 대출을 받아 수익을 낼 만한 게 마땅치 않은 만큼 대출수요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봉 이상 대출을 해줘도 DSR 3단계 규제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도 생각해야 한다"며 "규제가 하나 풀어져도 하나가 더 해지는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대출 실수요자들은 높은 금리 우려에도 대출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받으려 할 것이다. 금리상승에 대한 부담은 (대출을) 받기 전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객이 전도되는 대출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DSR 규제가 차주 상환능력을 기반으로 한다는 취지는 옳지만, 미래소득을 반영해준다거나, 50년 주담대 등 굉장히 급진적 정책이 많아지고 있다"며 "DSR만 풀리면 해줄 수 있는데 풀 수 없으니 정부가 큰 그림은 막아 놓고 원칙은 지키고 그 외 예외를 만들어가는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계대출은 지난해 연말에 견주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701조 615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에 견줘 7조 9914억원 급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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