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분조위 조정안 수용못해"…당국·하나은행 관계자 고발 시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14개(1536억원)의 전액 환매중단 사건을 두고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분조위가 하나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셈이지만 완전 배상과 괴리를 보였다. 피해자 측은 분쟁조정 직후 이번 결정에 불복한다며, 금융당국과 하나은행 당시 책임자들을 고소·고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14개(1536억원)의 전액 환매중단 사건을 두고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측은 분쟁조정 직후 이번 결정에 불복한다며, 금융당국과 하나은행 당시 책임자들을 고소·고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제공


금감원은 13일 분조위가 헬스케어 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두고 투자자 1명에게 손해배상비율을 최대한도 수준인 8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조위는 하나은행의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금지 위반이 확인돼 기본배상비율을 30%에서 40%로 상향했다. 또 펀드 판매사로서 투자자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를 일으킨 점을 들어 공통가중비율을 30%로 산정했다. 과거 라임펀드의 경우 KB증권 30%, 우리·신한은행 25%, 기업은행 20%를 가산했다. 그 외 기타사항 10%를 추가 반영했다. 

다른 투자자 1명에 대해서는 △적합성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기타사항 등을 고려해 75%의 손해배상비율을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헬스케어펀드(14개, 1536억원)가 전액 환매중단되면서 개인 444명, 법인 26사의 피해자를 낳았다. 이날까지 이 사건 분쟁조정 신청은 총 108건으로 하나은행 105건, 대신증권·유안타증권·농협은행이 각 1건이다. 

분조위가 배상비율 80%를 내걸은 가운데 분쟁조정을 신청한 피해자들은 이번 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 민사소송'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금감원 앞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논평을 통해 "전임 윤석헌·정은보 원장 시절보다 후퇴하고 퇴행적인 모습에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금감원은) 마치 피해자들에게 75~80%까지 배상할 듯이 수치장난을 벌였으나 결과적으로 금감원은 기본배상비율 60%로 결정한 것"이라며 "나머지 피해자들은 피해자별, 사례별로 40~80% 범위에서 배상받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표사례 외 나머지 피해자들은 '자율조정'에 따라 하나은행과 개별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책위는 분조위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고객들은 처음부터 속아서 가입했고, 이를 고객들이 알았다면 절대로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계약취소 요구가 정당하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헬스케어펀드가 처음부터 사기혐의가 농후한 펀드라는 점 등을 들어, '사기에 의한 계약무효' 또는 '동기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률적으로도 판매사가 중요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가능하다는 게 피해자 측 시각이다.

다만 분조위도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에 따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조정 결정문에 명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분조위는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도 이번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분조위는 "이번 분조위의 배상기준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라며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환매연기로 미상환된 1536억원(504계좌)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 조정안을 수락하면 성립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39조에 따라 분조위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대책위는 "금감원은 더 이상 소비자 보호기능이 무색해졌다"며 "피해자들은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집단 민사소송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공모규제 회피에 대한 금감원과 금융위의 부적절한 감독행위에 대한 고소고발, 하나은행장 등 당시 책임자들을 모조리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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