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30·토트넘)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팀 에이스를 넘어 '만능키' 역할을 하며 이집트전 승리에 앞장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와 A매치 평가전에서 4-1 승리를 거뒀다. 전반 황의조의 헤더 선제골과 김영권의 헤더 추가골, 후반 조규셩의 쐐기골과 권창훈의 마무리골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이날도 손흥민은 어김없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황의조(보르도)와 투톱으로 나선 것처럼 보였으나 손흥민에게 포지션은 큰 의미가 없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표팀은 핵심 미드필더인 이재성(마인츠)이 부상으로 이번 소집 명단에서 빠졌고, 큰 정우영(알사드)과 황인범(FC서울)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중원의 전력이 약해지자 손흥민은 전방에 위치하지 않고 뒤로 많이 물러나 수비와 압박에 가담하고 미드필더와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수행했다.

그렇다 보니 손흥민은 이날 기대했던 골은 넣지 못했다. 중거리슛을 때린 것이 빗나갔고, 좌측 다소 먼 거리에서의 프리킥 때 직접 슛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펀칭에 걸렸다.

하지만 손흥민의 활약은 은은하면서도 강렬히 빛났다. 특히 전반 한국이 경기 주도권을 잡은 두 골의 출발점이 모두 손흥민이었다.

전반 16분 손흥민이 하프라인 근처 우측에서 볼을 잡아 멀리 좌측에서 뛰어들어가는 김진수를 보고 정확하게 롱 패스를 넘겨줬다. 이 볼을 김진수가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황의조가 헤더골로 마무리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22분 김영권이 터뜨린 헤더 추가골도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코너킥 상황에서 예리하게 황의조의 머리로 볼을 배달했다. 황의조가 머리로 방향을 바꿔놓자 반대편 골문 쪽으로 쇄도해 들어간 김영권이 헤딩슛해 골을 넣었다.

후반 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손흥민의 기동력은 다소 떨어졌다. 그럴 만했다. 이번 6월 A매치 4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사실상 풀타임(칠레전만 후반 추가시간 교체)을 소화한 유일한 선수가 손흥민이다. 그래도 손흥민은 캡틴이자 간판스타답게 지친 내색을 하지 않고 그라운드 곳곳을 뛰어다녔다. 동료들이 골을 넣으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축하해줬다.

칠레, 파라과이전에서 연속 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3경기 연속 골을 넣는 장면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손흥민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지킨 것 자체로도 최고의 팬 서비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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