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심평원 고려 중이지만 의료업계 공정성 저해 등의 이유로 반대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 안정화를 위해 지급심사 위탁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료업계에 반발로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1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 계속심사' 등에 대한 규제심사를 진행했다.
 
   
▲ 실손의료보험 지급심사 위탁기관 선정을 두고 의료업계 등 의견차를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사진=SBS뉴스화면 캡처.
규개위는 애초에 금융당국에서 실손의료보험 자기부담금을 일괄적으로 20% 상향조정하려던 것에서 비급여부분만 20%로 상향조정하도록 했고 3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와 더불어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심사를 위탁기관에 1년 안에 넘기지 않으면 원상 복귀될 수 있는 일몰조항도 포함했다.
 
이에 따라 실손의료보험 위탁심사 기관 선정을 두고 의견차가 생기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에서 비급여부분의 경우 지급심사를 보험사에서 하다 보니 비급여부분과 관련해 청구된 의료비가 적정한지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와 함께 자기부담금도 낮아 과잉·과다진료 등을 유발, 이는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금융위원회에서는 지난해말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으로 보험사에서 비급여 의료비 청구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전문심사기관을 활용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규개위의 일몰조항으로 심사위탁을 해줄 수 있는 기관 선정이 필요해졌다.
 
특히 금융당국은 위탁심사 기관을 심평원에서 맡는 것에 대해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에 대한 심사 위탁도 심평원에서 하고 있는데다가 공정성 있는 심사 등의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요인을 투명하게해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보험금 누수를 막고 불필요한 보험료인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잘 운영을 하고 있겠지만 혹여나 동기유발 요소로 인해 과잉진료 등을 하는 곳이 있을까봐 전문심사기관을 두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일 공신력있고 잘할 수 있는 기관에 위탁하려 하고 있으며 심평원이 유력하다"라며 "더 좋고 공정성이 있는 곳이라면 가능성을 닫아두고 있지는 않아 민간기구에서 할 수도 있지만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위탁심사 기관이 생기는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축적된 통계치를 갖고 있는 심평원에서 심사를 하게되면 기준이 생기고 적정수준에서 보험료가 나가게 되면 손해율 완화와 보험금 누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보험사에 자체심사를 한다고 하지만 비급여부분은 똑같이 MRI를 찍어도 A병원에서 30만원, B병원에서 100만원을 요구하는 등 의료기관마다 다 달랐다. 기준이 생기면 불필요한 보험료 인상으로 피해를 봤던 일반 실손 가입자들도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의료업계에서 수익성 저하 우려 등으로 인해 반대가 심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반면 의료업계에서는 실손의료보험 심사위탁에 대해 충분치 않은 진료가 이뤄질 것에 대한 우려와 공공기관인 심평원의 공정성 저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간보험은 국가차원에서 보장하는 건강보험과 달리 소비자들이 좀 더 좋고 많은 치료들을 받기 위해 상품을 가입하는 것인데 민간보험을 전문심사기관에서 심사하게 되면 제약을 받아 의사들의 방어진료 등을 통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전문심사기관에서 심사를 하게 되면 의료기관들도 헷갈리고 혼란스러웠던 점들이 통일된 기준으로 인해 좋을 수 있다""하지만 심평원은 건강보험을 타이트하게 심사기준을 하는 것처럼 실손의료보험도 최소한의 진료만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보험 심사를 심평원에서 하고 있는 것을 살펴봐도 실손의료보험 심사를 맡게되면 최소한의 진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료기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심사기준에 따라 방어진료, 축소진료를 하게 될 것이고 결국 궁극적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심평원에서는 실손의료보험 전문심사기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직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외부에서 실손의료보험 심사위탁 기관으로 심평원에 대한 얘기가 많지만 아직은 협의가 들어온 것이 없어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