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지 주목된다.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참석해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9일 방한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일본 방문을 초청한 바 있어 박 장관의 방일 시점에 우선 관심을 모아왔다. 박 장관이 방일하면 정상회담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 만큼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주목받은 것이다.
하지만 박 장관의 일본 방문 일정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박 장관이 12~15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이후 박 장관의 방일 시점은 7월 10일 일본 참의원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언이 전해졌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첫 한일 정상회담도 7월 일본 참의원선거가 끝난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방일 또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물론 6월 나토 정상회담 계기 한일 정상회담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 체계가 본격 가동되는 등 3국 공조가 강조되고 있지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위안부합의 파기 등으로 골이 깊어진 한일관계 복원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
|
|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대통령실·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
특히 기시다 내각으로서는 이번 참의원선거 결과에 따라 장기집권 여부가 결정 나는 만큼 국내 여론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지지율 60%대를 기록하는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단독 과반을 넘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승리할 수 있고, 이후 약 3년간 국회의원 선거가 없으므로 소신 있는 정치도 기대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일본 내 극우 세력 및 정치인들은 여전히 한일 간 과거사 문제나 독도 문제에 대한 반발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어 한일 간 현안에 대한 충분한 조율없이 한일 정상이 만났을 경우 선거에 미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의 대표 보수 매체인 산케이신문이 15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선 정상회담을 준비하지 않는단 방침’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일본 내 분위기를 잘 아는 우리정부로서도 무리해서 고위급 접촉 등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한 정부소식통은 나토정상회의 계기 한일·한미일 정상회담 모두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정상회의 직전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말도 전했다. 다자회담에서는 늘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 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진 장관이 워싱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언급해 매년 11월 갱신되던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를 해제하면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등 산적한 난제를 풀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박 장관 발언은 새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없이도 지소미아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원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외교부 당국자는 ”지소미아 정상화가 확정됐다기보다 이를 위해 한일이 (수출규제를 포함해) 현안별로 노력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