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증시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7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3063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중 절반가량인 1조610억원이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탄 4월 1일부터 17일 사이에 빠져나갔다. 이달 들어서는 17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순유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달 15일 하루에만 3224억원이 순유출됐다. 일일 기준으로 2012년 9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최근 주가 상승의 원동력인 외국인이 올해 5조3000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 주식 펀드 환매가 주가 상승을 억누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거침없이 내달리던 코스피가 21일 8거래일 만에 약세로 반전된 것도 주식형 펀드 환매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신권은 이날 2099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장세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매수세 덕분에 상승장이 시작되면 펀드 환매로 투신권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는 구도는 2011년부터 코스피 지수를 1850∼2050대의 박스권에 가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가들이 상당수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간 가운데 앞으로 펀드 환매가 증시에 끼칠 영향력이 점차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

현대증권이 2011년부터 최근까지 코스피가 2000을 넘은 시기만을 추려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액을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2년 3조1260억원, 2013년 4조2400억원, 2014년 1조5800억원, 올해는 2조5340억원이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000선 이상 구간에서 발생한 순환매액을 보면 평균적으로 3조원 규모였다"며 "올해 이미 2조5000억원의 순환매가 발생해 환매 대기 물량의 일정 부분은 이미 소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규모 자체가 작아져 펀드 환매액이 증시에 끼치는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말 73조3227억원이던 국내 주식형 펀드 순자산 총액은 이달 17일 62조3741억원까지 내려왔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코스피 2000선 위에서도 투자 금액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의 차이"라며 "국내 주식 펀드의 환매 강도가 전보다 약해졌고 저금리 상황으로 투자자들이 주식 자산의 비중을 늘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형 주식 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돈을 뺐던 고객들이 다시 주식 펀드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며 "환매 움직임이 끝나가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