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은행장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은행의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투명한 금리 운영을 주문하고 나섰다.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 속에서 은행만 홀로 이익을 누린다는 정치권과 국민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사실상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경고한 셈이다. 하지만 당국의 예대금리(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 지적이 자칫 민간 은행들의 자율성을 해치고 '관치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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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17개 은행 행장들과 상견례를 가지고, 대내외 위험요인 점검 및 대응방안을 논의했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이 금감원장은 취임 후 은행장과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추진 중인 예대금리 산정체계 및 공시 개선방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되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는 "시스템으로 점검할 부분에 대해서는 예대차 공시시스템을 볼 것"이라며 "은행장들이 여러 말씀을 주셔서 예대 공시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에 적절히 반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리 상승기 속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재빨리 큰 폭으로 올리는 한편, 예금금리 인상이 곧장 이뤄지지 않으면서 예대금리 격차에서 발생하는 이익, 이른바 '예대마진'이 확대된 까닭으로 해석된다.
금감원 측은 이 원장의 발언이 예대금리 축소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사실상의 '시장개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날 동석한 이준수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시장개입이라면 직접적으로 전화해서 금리를 어떻게 올려라는 게 개입이라 본다"며 "국민들이 가지는 정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고려해 은행들이 스스로 금리 등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를 향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은행장과의 첫 공식 만남에서 나온 '멘트'인 만큼, 업계에서도 주의 깊게 보는 눈치다. 또 최근 대출금리 상단이 8%를 향하고 있는 데다, 정치권과 여론의 '이자장사'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이 원장의 발언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예대금리 격차를 줄이는 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선 기준금리가 인상하면 단기간에 대출금리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채·은행채 등의 채권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그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시장금리'로 즉각 반영되는 반면, 예금금리는 서서히 반영돼 시기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더욱이 그동안 코로나19와 방역대책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지체하다, 이제서야 금리 정상화에 나선 만큼 예대금리 격차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을 제공할 때) 고객 예금과 채권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을 (대출로) 많이 활용한다"며 "한은이 CD금리를 올리면 즉각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시그널이 채권시장의 금융조달비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금리가 높게 산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예대율 규제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저금리 속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폭등으로 대출열풍이 불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총량규제책을 펼쳤다. 사실상 대출영업이 막힌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 당국의 압박과 기준금리 인상 등을 반영해 은행권이 고금리 예적금 특판을 내놨지만, 불입한도나 예치기간에 제약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행법상 은행들이 예대율을 100% 미만으로 지켜야 하는 만큼, 예금유치액 대비 대출제공량이 너무 적으면 안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대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주식·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하고, 부동산 거래까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고 있지만, 금리 상승 여파로 대출금리 상단은 8%에 근접해지고 있다.
대출 과열 현상이 잠잠해진 와중에 갈 길을 잃은 유동자금은 자연스레 은행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은행으로선 수신영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 금리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이 예금금리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순간, 이에 따른 이자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감원은 현재 금융위원회와 △예대금리차 공시 △예금 및 대출금리 공시 △과거 금감원이 점검한 대출금리 운영 및 예금금리 운영 실태 등을 종합해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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