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와 조선등 산업계가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시즌에 들어갔다.
문제는 앞서 정부와 화물연대간의 협상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학습효과가 올해 임단협에 영향을 미치며 벌써부터 파업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 앞서 화물연대는 집단운송거부하며 물류대란을 무기로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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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교섭에 돌입했거나 돌입 예정인 기업들은 화물연대 파업 경과가 노조의 강성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고, 그 과정에서 비노조원의 운행을 방해하거나 주요 기업 물류 거점을 봉쇄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큰 피해를 입혔다.
전체 피해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는 등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결국 화물연대 요구사항이었던 안전운임제 연장 추진에 합의했다.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화물연대의 '실력행사'가 요구 관철로 이어진 셈이다.
이를 두고 한국무역협회는 "매번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국가산업 및 경제를 볼모로 하는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실력행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이번 집단운송 거부 행위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충분한 대화와 토론보다 집단행동을 앞세운 것으로 절차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 바 있다.
특히 화물연대가 파업 파장을 확대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을 타깃으로 물류 봉쇄에 나선 시점에 협상이 타결됐다는 점은 부정적 학습효과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들은 현재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있거나 교섭 초기 상황으로, 최악의 타이밍에 안좋은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분위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10일 상견례 이후 같은 달 18일부터 임협 본교섭을 시작했지만 지난 22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2차 교섭에서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이 올해 임협 관련 일괄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양보만 바라고 있다"고 결렬 선언의 책임을 사측에 물었다.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고, 2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방향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1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의 입장 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행위 안이 가결되면 합법 파업할 수 있다.
앞서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수당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별도 요구안에는 신규 인원 충원,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사실상 폐지 등이 포함됐다.
사측은 불안정한 부품 수급 문제, 글로벌 위험 요인 등을 고려할 때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는 "사측이 결단하면 언제든지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을 것이다"고 교섭 재개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이런 현대차 노조의 모습은 지난 3년여간의 모습과는 다른 행보다. 올해 노조집행부가 강성기저를 보이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을 했지만 앞선 민주노총 산하의 화물연대의 행보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인다.
기아는 지난 22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에 들어갔다. 기아 노조의 요구안도 현대차와 같다. 이에 기아 역시 올해 협상에 난항이 예고됐다. 한국지엠은 이날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돌입한다. 한국지엠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1694만원 상당) △부평1·2공장, 창원공장 발전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차와 기아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는 사측을 대상으로 공통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라 난항이 예상된 바 있다.
지난달 가까스로 2021년도분 교섭을 마무리한 현대중공업 역시 올해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현대중공업계열 조선 3사 노조가 공동 교섭에 나설 계획을 밝힌 상태라 임금인상에 기업별 경영실적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사측과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올해는 임금인상 뿐 아니라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 여러 쟁점들이 산적해 있어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요구 관철에 나설 경우 파장은 더 커진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공동요구안에 정년연장, 신규인원 충원,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포함시켰고, 다른 기업 노조들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단계적으로 늦춰진다는 점을 들어 정년연장을 요구안에 넣을 태세다.
업계 전반으로는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이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적정성 등을 감안해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임금피크제 자체를 불법으로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기업 노조는 이를 빌미로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 파업시에 필요한 회사측의 방어권이 없는 상태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파업을 단행하면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노사간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장치마련을 위해서라도 노동계혁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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