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외래 벼 품종을 우수한 우리 품종으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한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SPP)’가 최근 경기도 이천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SPP(Stakeholder Participatory Program)란 육종가, 농업인, 지역농협, 소비자 등이 참여해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현장 중심 연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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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지난 후 쓰러짐 없이 정상 생육 중인 ‘해들(왼쪽)’과 쓰러짐이 나타난 ‘고시히카리’ 모습./사진=농진청 |
농진청은 2024년까지 외래 벼 재배를 국내 전체 벼 재배면적의 약 1.5% 수준인 1만 헥타르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로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협력해 우수한 우리 벼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확대하는 데 노력한 결과, 외래 벼 재배면적은 2018년부터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경기도 이천에서 생산되는 ‘임금님표이천쌀’의 원료곡으로 쓰이는 ‘고시히카리’와 ‘추청(아끼바레)’을 각각 ‘해들’과 ‘알찬미’로 완전히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외래 벼 품종 ‘고시히카리’와 ‘추청’은 병해충에 약하고 잘 쓰러지며 품질이 떨어지는 약점에도 불구,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는 이유로 수도권과 중부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재배되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기존 외래 벼를 우수한 우리 벼 품종으로 대체해 이천 쌀의 명성을 유지하고 싶다는 지역 요구에 따라, 2016년 경기 이천을 시작으로 지난해 경기 포천 및 수원 등 6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천시와 공동으로 개발한 ‘해들’과 ‘알찬미’가 재배는 수월하고 밥맛과 품질이 우수한 최고품질의 벼 품종이라고 강조했다.
‘해들’은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조생종 벼로 쓰러짐에 강하고 쌀 겉모양(외관)이 우수하며, 밥맛은 최고 수준인 ‘극상’이다. 또한 도열병과 흰잎마름병에 강하며 이삭싹나기(수발아) 저항성이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우수품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알찬미’는 도열병,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에 강한 복합내병성 품종으로 밥맛과 품질도 우수하다. 중생종으로 재배 안정성도 좋아 강한 태풍에도 쓰러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해들’과 ‘알찬미’는 경기 이천뿐 아니라 충북 진천과 청주 등 외래 벼가 많이 재배되는 지역에 중점적으로 보급돼, 올해 약 1만 헥타르에서 재배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0년에 설정한 외래 벼 재배면적 감축목표 4만7000헥타르의 21%에 해당한다.
농진청은 2020년부터 수행해 온 김포, 강화지역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를 통해 경기 북부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외래 벼를 우리 품종으로 대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에 참여한 김동리(경기도 이천) 농업인은 “직접 뽑은 ‘해들’과 ‘알찬미’가 우리 지역 대표 벼 품종으로 선정돼 매우 뿌듯하다”며 “외래 벼 대체 품종을 선택할 때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천남부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석재현(남부RPC) 대표는 “외래 벼를 유통‧판매했을 때와 비교해 ‘해들’과 ‘알찬미’에 대한 소비자의 품질 불만 건수가 현저히 줄었다. 올해도 농업인과 소비자가 만족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농진청 고종철 중부작물과장은 “외래 벼 재배를 줄이고 국내에서 육성한 최고품질 벼 재배를 확대하기 위해 생산자·지역농협·농협 미곡종합처리장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 중부지역 수요에 적합한 벼 품종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알찬미’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경영성과분석에서 재배안정성이 높아 외래 벼보다 농가소득이 83%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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